쌍방 폭행사건·택배 도난사건서 취소 결정…"수사 미진한 잘못"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검찰이 쌍방 폭행 사건과 택배 도난사건을 검찰이 처리하면서 미진한 수사 끝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으므로 이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검찰이 자의적인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헌재가 적극적인 판단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모습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폭행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위헌적 처분을 받았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A씨는 애완견 목줄을 하지 않은 견주와 언쟁을 벌이다 견주가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하자 견주의 멱살을 잡고 실랑이를 벌인 혐의로 입건돼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헌재는 "검찰이 유형력 행사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CCTV 영상은 먼 곳에서 해충포집기에 의해 가려진 채 촬영됐고 화질도 좋지 않아 이를 통해 A씨가 멱살을 잡는 등 유형력을 행사했는지, 유형력을 행사했다면 어느 부위를 어떻게 때렸는지를 영상을 통해 식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형력 행사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데도 검찰은 폭행이 인정된다는 점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특수절도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중국인 B씨 등이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 결정했다.
B씨 등은 채무 관계가 있는 다른 중국인의 여자친구에게 배달된 택배 상자를 무단으로 가져갔다가 6개월이 지난 뒤에 돌려준 혐의로 입건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헌재는 "피해자의 남자친구와 연락을 위한 수단으로 택배 상자를 가져온 것으로 보이고, 사건 발생 6개월 뒤 택배 상자를 배달된 상태 그대로 돌려준 점을 종합하면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검찰은 A·B씨의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