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에 치아 본뜨기 시킨 치과의사…法 "자격정지 지나쳐"

입력 2019-07-02 09:00  

간호조무사에 치아 본뜨기 시킨 치과의사…法 "자격정지 지나쳐"
"본뜨기 등 의료행위 시킨 횟수 6차례 불과…불이익 과중"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간호조무사에게 6차례 의료행위를 하게 한 치과의사가 받은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은 과중하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치과 의사 A 씨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감정이 좋지 않았던 환자 한명에 대한 치아 본뜨기, 크라운 시적 등 일부 시술을 간호조무사에게 대신 하도록 했다.
이에 A씨는 의료법 위반 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과정에서 업무방해와 공무원자격사칭, 공문서위조 등 혐의가 더해져 2015년 8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천500만원을 선고받고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10월 A 씨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해 구 의료법(2015년 1월 개정 전 의료법)을 어겼다며 3개월의 치과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치아 본뜨기와 크라운 시적은 단순 작업에 불과하므로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치아 본뜨기와 크라운 시적은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고 경험과 기능을 요구하는 치료행위의 일부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간호조무사가 치아 본뜨기와 크라운 시적을 할 때 원고가 지켜보지 않았으므로 이를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행위로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처분이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된 후 3년여가 지나서야 비로소 내려져 절차적으로 위법이라는 A 씨 주장에도 "구 의료법과 피고의 사전안내 통지에는 언제까지 이 사건을 처분할 것인지 나와 있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간호조무사에게 의료행위를 시킨 횟수가 6차례에 불과한 만큼 처분이 과중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는 간호조무사에게 지속해서 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환자 한명에 대해만 예외적으로 이러한 지시를 했다"며 "간호조무사가 치아 본뜨기와 크라운 시적을 한 횟수는 각 3회에 불과하고, 그로 인해 환자에게 보건위생상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은 이로써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크니 이번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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