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물 기준' 충족했으나 필터 변색…"기준 없어 난감"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정부가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시점이 지났으나 정상화 선언은 여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수질이 회복됐다고 보면서도 여전히 주민들이 수도꼭지에 설치한 필터가 변색하고 있는 만큼 '정상화'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고 있다.
30일 환경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8일 인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와 관련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늦어도 29일까지는 수돗물 공급 정상화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환경부는 정수장·배수지·송수관로·급수구역 등의 이물질을 차례로 제거해 22일부터는 단계적으로 수돗물 공급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환경부는 인천 서구 등지에서 채취한 수돗물 시료가 모두 먹는 물 수질 기준을 만족하고 수질이 대폭 개선됐다는 수질 검사결과를 받았다.
또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한 수질검사에서 수돗물 채취 시료 184개 가운데 96.7%에 해당하는 178개에서 망간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모니터링 결과 각 가정에 설치한 필터가 여전히 변색하자 결국 약속했던 시기를 넘긴 이날까지도 정상화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한편 '붉은 수돗물' 사태가 완전 정상화됐다고 발표하는 것도 이르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인천시 서구와 중구 영종도 지역 적수 피해 신고 등 주민민원은 지난 24일 882건, 25일 792건, 26일 523건, 27일 179건 등으로 계속되고 있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 과장은 "수질이 좋아지고 있으나 주민들이 설치한 필터에서 (이물질이) 걸러지는 문제가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주민 한명이라도 수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정상화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조만간 필터테스트 결과를 반영해 정상화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지만 명확한 정상화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필터가 변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변색 정도 등이 정상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돼야 하는데 이를 제도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수돗물 속 이온 형태의 철·망간이 염소와 반응하면서 필터에 쉽게 들러붙어 필터 색깔이 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화된 철·망간이 입자성을 띠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인수 인천시 정책기획관은 "수도꼭지에 필터를 대서 변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일 수도 있고 10분일 수도 있는 데 어느 정도가 정상인지 판단할 기준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문가들도 정상화 판단 기준을 제도적으로 표준화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서구·영종·강화 지역에 붉은 수돗물이 공급돼 약 1만 가구와 150여개 학교가 피해를 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30일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되자 인근 수산·남동정수장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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