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역설' 도매가 30% 이상 폭락…수출로 돌파구 모색
'양파 소주' 마시기·구내식당 양파 반찬 등 소비운동 '다채'
(전국종합=연합뉴스) 황봉규 전창해 기자 = "작년에는 냉해로 속을 새까맣게 태우더니 올해는 오히려 농사가 잘된 게 이렇게 발목을 잡네요"
충북 제천시 봉양양파작목반 김영복(63) 씨는 창고에 쌓인 양파를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유례없는 풍작에 따른 생산량 급증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수확한 양파를 창고에 마냥 쌓아둘 수도 없다.
김씨는 "이 지역 양파는 육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아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일반적으로 양파는 저장성이 떨어져 고온다습한 장마철이 되면 금세 물러지거나 썩어버린다"고 말했다.
양파에 이어 마늘도 최근 10년 사이 최고의 작황을 보이며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풍년의 역설'에 울고 있는 농민들을 돕고자 전국의 지자체와 농협, 단체 등이 대대적인 소비촉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수출을 통해 재고량을 줄이겠다는 대책도 나왔다.
◇ 공급과잉에 양파·마늘 가격 '뚝'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이맘때 양파 도매가(20㎏ 기준)는 평균 1만6천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면서 작년보다 38% 폭락해 1만원을 가까스로 넘기고 있다.
양파 중 크기가 큰 대과는 보통 전체 수확량의 30% 미만이었으나 올해는 그 비중이 50%까지 상승하면서 중과보다도 싼값에 팔릴 정도로 가격이 내려갔다.
마늘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10일 기준 서울 가락시장의 난지형 햇마늘 가격은 ㎏당 2천826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당 3천981원)보다 35.1%나 내렸다.
산지 마늘 수매가격도 뚝 내려갔다.
충북 단양 단고을조합 공동사업법인은 단양군 특산품인 단양황토마늘 수매가격을 접(100개)당 상품 기준으로 크기에 따라 2만6천∼3만원에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3천∼5천원 낮은 것이다.
올해 전국 양파 생산량은 평년과 비교해 13% 늘어난 128만1천t, 마늘은 평년보다 19∼21% 늘어난 36만2천∼36만8천t으로 예상된다.
◇ "농가 시름 덜어주자"…지자체·단체·유통가 잇단 소비촉진 운동
양파·마늘 농가의 시름을 덜고자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소비촉진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경남 지역 양파 주산지 중 한 곳인 창녕군은 일명 '양주' 붐을 다시 일으켜 양파 소비를 유도한다는 대안을 내놔 눈길을 끈다.
'양주'는 양파와 소주를 섞은 것을 말한다.
'양주' 마시기 운동을 펼쳐서라도 소비량을 늘리자는 취지다.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는 전 임직원이 1인당 양파 15㎏씩 사고, 가족 친지들에게도 양파 소비를 독려하는 '범농협 양파 소비촉진 운동'에 나섰다.
충북지역본부와 청주교육원, 각 시·군 지부 등 구내식당을 운영 중인 시설에서는 매일 한 종류 이상의 '양파 반찬'을 내놓도록 했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4일까지 경인 지역 7개 점포에서 '양파·감자 무한 담기' 행사를 연다.
이마트에서도 양파 농가를 돕기 위해 다음 달 3일까지 지름 9cm가 넘는 대과 양파 할인행사를 한다.
◇ '수출로 돌파구 찾자'
정부는 수출을 통해 양파가격 하락을 막자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대만·말레이시아·베트남 등에 양파를 수출할 경우 드는 물류비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당 204원이던 수출 물류비 지원금을 274원으로 올렸다.
농식품부는 대만·태국 등에 설치된 신선농산물 판매 거점인 'K-프레시 존'(K-Fresh Zone)에 보내거나 베트남 대형유통업체 판촉, 도매시장 연계 기획수출 등 긴급 수출지원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경남도 출자기관인 경남무역은 오는 8월까지 창녕, 합천, 산청, 거창 등에서 생산된 양파 500t을 대만 등에 수출할 계획이다.
함양군은 지난달 함양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올해 생산된 양파 첫 수출 선적식을 열고 양파 24t을 대만으로 수출했다.
오는 9월까지 NH농협무역을 통해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 양파 4천t가량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정곤 경남도 농정국장은 "양파 수급 안정을 위해 지속해서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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