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법원, 연명치료 '계속' 부모 측과 '중단' 부인 측 대립서 부인 손들어줘
부모 측 "의료진이 연명치료 중단하면 살인죄로 고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최고법원이 11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내며 안락사에 대한 격렬한 찬반논란을 불러일으킨 뱅상 랑베르(42)의 연명치료를 의료진이 중단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에 해당하는 프랑스파기법원은 28일(현지시간)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랑베르의 부인 측이 낸 원심파기 요청을 수용, 랑베르에 대한 연명치료를 의료진이 당장 중단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고 르 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항소심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의 검토가 이뤄지는 동안 랑베르의 연명치료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의료당국에 명령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파기법원은 랑베르의 연명치료 자체가 옳은지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은 채 항소심이 이 사안을 원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서 연명치료를 명령한 것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원고 측인 랑베르의 아내 라헬의 변호인인 파트리스 스피노시 변호사는 이로써 랑베르의 연명치료는 지금부터 당장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더는 상고할 수 있는 길은 없다"면서 이번 판결은 파기법원의 최종 조치이므로 사안이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랑베르는 지난 2008년 자동차 사고를 당해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11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왔다.
상태에 별다른 호전이 없자 2014년 그의 아내와 5명의 형제자매는 소극적 안락사법에 따라 그에 대해 영양과 수분공급을 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랑베르의 부모는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면서 법원으로부터 연명치료 계속 명령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날 파기법원의 결정에 앞서 프랑스 최고 행정재판소인 콩세유데타(Conseil d'etat)와 유럽인권재판소(ECHR) 역시 랑베르의 연명치료 중단은 인권에 반하는 결정이 아니라면서 안락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지난달 초에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가 이번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생명을 빼앗는 어떤 결정도 위원회의 공식 의견 제시 전까지 중단해달라고 프랑스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부모 측은 이날 파기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즉각 반발했다.
부모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랑베르의 담당 의사가 연명치료 중단을 시도할 경우 의료진을 살인 혐의로 고발하고, 이를 허용한 정부 당국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프랑스에서는 2005년부터 말기 환자에 한정해 본인의 의지에 따라 치료를 중단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나, 이른바 '적극적' 안락사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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