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쓰고 번호판 없는 오토바이 이용…"범인 조속 검거" 목소리 커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군부 통치에 반대하는 시민활동가를 상대로 한 '대낮 테러'의 파문이 태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부총리를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조속한 범인 검거를 촉구한 가운데,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의 열기도 뜨거워질 조짐이다.
30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반군부정권 활동을 벌여온 시민운동가 시라윗 세리띠왓은 지난 28일 정오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변에서 헬멧을 쓴 괴한 4명으로부터 야구방망이로 폭행당했다.
이들이 2명씩 나눠 타고 온 오토바이는 번호판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치밀하게 계획된 테러로 짐작된다.
폭행 직후 시라윗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이후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태국 인권변호사협회 측은 시라윗이 머리를 심하게 다쳤으며, 특히 많이 부어 오른 오른쪽 눈은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신속한 수사로 범인들을 붙잡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을 경찰에 지시했다. 쁘라윗 부총리는 또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인사들을 사법당국이 더 잘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국 정치권은 폭력은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정파에 따라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연정을 이끄는 팔랑쁘라차랏당은 시라윗의 상태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번 사건이 정부를 공격하고 반대를 높이는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랏차부리 지역구 의원인 빠리나 끄라이꿉트는 페이스북에 "(팔랑쁘라차랏당 인사 중) 누구도 반대편을 대놓고 공격할 만큼 어리석진 않다"면서 "만약 사람들을 선동하고 정적을 공격하기 위해 같은 편에 의해 시라윗이 폭행당했다면, 그 정당은 해산되고 지도부는 감옥에 가기를 바란다"고 야당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제1야당인 푸어타이당 의원 일부는 전날 시라윗이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아 소속 의원들이 모금한 20만 바트(약 750만원)와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역 주민들이 걷은 5만 바트(188만원)를 시라윗의 어머니에게 전달했다.
시민단체들도 경찰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모금 운동도 벌였다.
인권단체인 아이로(iLaw)는 시라윗의 병원비 마련을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고, 인원활동가들도 콘서트를 열어 이번 사건을 대중에게 알리고 모금 운동도 진행했다.
시라윗은 태국 상하원의 총리 선거를 앞둔 지난 3일에도 군부가 지명한 상원의원의 투표권 행사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다가 괴한 5명의 습격을 받는 등 태국에서는 군부정권에 반대하는 시민운동가에 대한 테러가 종종 발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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