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삼성" 재현되나…재계, 트럼프 투자확대 요청에 '고민'

입력 2019-06-30 15:55  

"땡큐 삼성" 재현되나…재계, 트럼프 투자확대 요청에 '고민'
경제인 회동서 '친기업 발언' 긍정 평가…화웨이 무언급에는 '안도'
롯데·CJ 등 일부 그룹은 투자의향 밝혀…'소통없는 자화자찬'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이신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0일 한국 주요 대기업 대표들과의 회동과 관련, 재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아쉽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회동 시간이 약 30분에 불과했고 참석한 기업인들이 발언할 기회도 없어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비판적인 지적이 많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해 감사와 찬사의 뜻을 거듭 밝힌 데 대해서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특히 당초 이날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에 한국 기업의 동참을 종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데에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날 행사 후 "미국 대통령이 방한 기간에 주요 그룹 총수 등과 따로 만났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실질적인 '소통'의 시간이 사실상 전혀 없었기 때문에 평가하기도 뭣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의 재선 목표를 염두에 둔 국내 정치용 '자화자찬'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제가 취임했을 때만 해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2년 반을 거치면서 미국 경제가 어느 때보다 강하고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여러 경제정책의 성과를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또다른 그룹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 추가로 투자해달라고 당부한 것은 기업인 출신 대통령으로서 '친기업' 성향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짧은 회동이었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던 만큼 추가 투자를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기업도 속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 그룹들은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거나 진행 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보다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말한 만큼 추가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초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인터넷매체 보도를 본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트위터에 "땡큐 삼성"이라는 글을 올리자 삼성은 물론 국내 주요 그룹들이 고민에 빠졌던 것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다소 때 이른 관측도 나왔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에 준공한 롯데케미칼[011170] 에탄크래커 공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낸 데 반색하며 투자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해 "몇가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도 "호텔과 리조트, 관광 쪽으로도 투자 확대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 손경식 회장도 일부 기자와 만나 "앞으로 미국 식품·유통 사업에 추가로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미국에 더 투자하겠다는 취지에서 가볍게 한 발언"이라며 "현재 10억달러 대미투자 계획을 세워놓은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워낙 큰 시장이어서 지속적으로 투자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향후 결정이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화웨이 발언'을 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을 경우 거대시장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나 이를 일단 모면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통상협상 재개 합의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기 때문에 향후 협상 추이에 따라 또다시 표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휴화산'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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