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데뷔 25년 만에 성사된 일본 록밴드 글레이(GLAY)의 첫 한국 콘서트, 29일 공연장인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아레나는 1990년대로 돌아간 듯했다.
어느덧 50대를 바라보는 멤버들은 처음 서는 한국 무대에서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을 위해 열정을 불태웠다.
일본 음반 유통이 금지됐던 1990년대 암암리에 '해적판' 앨범을 구해 듣던 국내 팬들도 어느덧 30대, 40대가 됐지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1990년대 히트곡뿐만 아니라 변치 않은 멤버들의 스타일, 무대 디자인 등도 1990년대 감성을 뿜어냈다.
1988년 결성해 1994년 '레인'(Rain)으로 정식 데뷔한 글레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비주얼 록밴드다.
국내에서는 엑스재팬에 비하면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앨범 누적 판매량이 4천만장에 육박하는 스타 밴드다. 1999년 콘서트 '글레이 엑스포 99' 서바이벌'에 유료 관객 20만명을 동원한 기록은 전설처럼 내려온다.
25년간 꾸준히 활동하며 정상권을 지키는 것도 이들의 힘이다. 현재 멤버인 다쿠로(기타), 데루(보컬), 히사시(기타), 지로(베이스)도 20년 넘게 호흡을 맞춰왔다.
이들은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신곡을 음원 순위 1위에 올리고, 수만 명 관객을 동원한다.
공연장에는 일본에서의 인기를 보여주듯 수많은 일본 팬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글레이는 첫 곡으로 부른 '유혹(誘惑)'을 비롯해 '윈터, 어게인'(Winter, again), '소울 러브'(soul love) 등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히트곡들을 선보여 팬들에게 아련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은 공연 초반 한국어로 "오늘 공연에 와줘서 고맙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인사했다.
세월이 흘러 외모도 목소리도 예전 같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수준 높은 라이브를 들려줬다. 감성적인 멜로디라인의 대중적인 곡들부터 강렬한 록 사운드까지 다채로운 음악으로 무대를 채웠다.
보컬 데루는 허스키한 중저음과 날카로운 고음을 오가며 2시간여 동안 20여곡을 소화했다. 다른 멤버들도 폭발적인 연주로 팬들을 흥분시켰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교적 최근 곡인 '유어 송'(YOUR SONG), '저스트 파인'(JUST FINE), 'XYZ' 등도 세트리스트에 포함됐다.
앙코르 무대는 글레이의 대표곡이자 팬들이 가장 듣고 싶어했던 곡 중 하나인 '하우에버'(However)로 장식했다.
음반이나 영상으로만 접하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던 팬들은 '와줘서 고마워'라고 적힌 종이 팻말을 일제히 들어 보이며 오랫동안 기다린 '팬심'을 드러냈다.
지금은 'K-팝'이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사랑을 받지만, 20세기에는 사정이 달랐다.
1990년대에는 J-팝이 국내 가요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았다. 1998년부터 일본 대중문화가 순차적으로 개방될 당시 J-팝이 국내 음악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글레이 전성기에 국내 공연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지난 2013년에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내한 공연이 취소돼 또 인연이 닿지 않았다.
데뷔 25년 만의 한국 공연은 글레이 멤버들에게나 팬들에게나 그래서 더 각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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