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판문점 회동] 조연 자처한 '촉진자 文'…'북미대화 재개 최우선'

입력 2019-06-30 20:27   수정 2019-07-01 19:31

[남북미 판문점 회동] 조연 자처한 '촉진자 文'…'북미대화 재개 최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메이커"ㆍ"오늘 중심은 미국과 북한"…북미 정상에 주연 양보
북미와 치밀한 물밑 조율한 듯…7대통신사 인터뷰서 실무협상 촉구후 북미정상 합의 나와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오늘 대화의 중심은 미국과 북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인공, 한반도의 피스메이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모두 발언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비무장지대(DMZ) 방문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이 공식화되며 사상 초유의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 가능성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추켜세우며 '주인공' 자리를 북미 정상에 기꺼이 넘기고 스스로는 '조연'을 자처했다.



이날 회동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월경' 때에도 문 대통령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대기하며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을 조용히 지켜봤다.
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 월북과 월남을 거쳐 자유의집 앞으로 이동한 후에야 문 대통령은 밝게 웃으며 밖으로 나와 사상 첫 남북미 정상 회동을 완성시켰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짧은 3자 만남 뒤에 다시 북미 정상이 양자 회동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줬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조연을 자처한 배경에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주춤하는 것으로 보였던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북미 정상의 대화를 제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의 53분간의 판문점 회담이 끝난 뒤 언론을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언급했다.
'북미 간 실무협상 돌입'이라는 이날 북미 회담의 결실이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한 단계 더 진전시켰다고 평가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조연'을 자처했음에도, 전격적인 남북미 정상회동 및 사실상의 3차 남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트윗 제안'이 김 위원장을 판문점으로 불러내긴 했으나,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징검다리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 김 위원장이 DMZ 회동에 응한 것 자체가 문 대통령에 대한 정상 간 신뢰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문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DMZ 내 식당에서 열린 주한미군 병사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G20에서 문 대통령께 '나는 비무장지대를 반드시 방문해야 되겠다'라고 얘기를 해서 여기에 왔다"며 이번 방문이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쳤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이 종료된 뒤 실무협상 합의 소식을 전하며 "대한민국 정부와도 접촉하고, 문 대통령과도 얘기하며 문제를 끌고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최근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미국의 실무협상 제의에 응하는 것 자체가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촉구했던 것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톱다운' 방식에 '바텀업'(실무자간 논의를 거쳐 정상이 최종 합의하는 방식) 논의를 병행하는 방안에 이날 북미 정상이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북미 양측의 친서 교환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상세히 정보를 공유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이번 판문점 회동을 앞두고 물밑에서 북미 양측과 긴밀한 조율을 거치며 촉진행보를 벌여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판문점 회동을 두고 "큰 고개를 넘었다"고 평가한 문 대통령은 향후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는 '촉진 행보'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북미 간 대화가 다시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는 만큼, 문 대통령 역사 북미 간 대화가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얘기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르기는 하지만 이번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4차 남북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남북 정상회담의 빠른 성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군사분계선까지 환송하면서 헤어지기 직전 포옹을 하는 등 서로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인 점을 감안할 때 4차 정상회담이 그리 멀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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