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땅 밟은 트럼프, '판문점 회동' 재선가도서 성과 부각하나

입력 2019-07-01 06:41  

북한 땅 밟은 트럼프, '판문점 회동' 재선가도서 성과 부각하나
유세 때마다 외교치적 내세울 가능성…민주 주자들은 각세우며 견제
실무협상 '실질적 진전' 여부가 성패 바로미터 될 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북미 정상의 30일 전격적인 '판문점 회동'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출정식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이 닻을 올린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정치 일정이 궁극적으로 2020년 11월 3일 대선 승리라는 하나의 지향점으로 수렴된다는 점에서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나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역사적 악수' 역시 재선 행보라는 큰 틀에서 완전히 분리된 독립변수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마침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민주당 대선 후보 첫 TV토론이 열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 품평'을 통해 잠재적 라이벌들을 조롱하는 등 태평양 건너 '외치'의 현장에서도 마음은 대선을 향해 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DMZ(비무장지대) 회동' 제안이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로 판을 흔들고 김 위원장의 '화답'을 끌어냄으로써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성공했다.
미국 시각으로 새벽 시간대였음에도 불구,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꼽아온 '앙숙' CNN을 비롯, 주요뉴스 채널들은 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은 '역사적 순간'을 실시간 생방송으로 비중 있게 타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대북 문제를 대표적 외교 성과로 꼽아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선 기간 유세 때마다 내세울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 됐다.
비핵화 성과를 얻어내진 못했지만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확보, '하노이 노딜' 이후 대북 외교 실패론을 차단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회동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직후 트윗을 통해 "북한 땅 위에 섰다"며 "모두를 위한 중요한 성명, 그리도 대단한 영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은 대선 기간 북핵 성과를 대대적으로 부각해 나갈 태세이다.
지난 29일 방한을 앞두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오사카에서 그가 꺼내든 'DMZ 회동' 제안이 대선용 카드라는 분석이 미 조야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번 판문점 회동을 모멘텀으로 이후 있을 비핵화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만들어낸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취임 후 내심 노려온 '노벨 평화상' 수상에 근접할 수도 있다.
어찌 됐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긴장 고조로 골치를 앓던 상황에서 북미 교착의 중대 돌파구 마련이라는 수확을 안고 귀국하게 됐다.
특히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은 재선 가도에서 가볍지만은 않은 외교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미 대선에서 외교보다는 경제 등 '먹고 사는 문제'가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해왔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지만 대외 정책의 큰 실책은 대선 가도에서 표를 갉아먹을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상황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북한을 다시 협상에 복귀시킴으로써 추가 도발 가능성을 차단, 리스크를 줄이는 건 돌발 악재에 대비하는 포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판문점 회동은 자칫 대선 국면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포괄적 협상' 원칙에 합의하고 2∼3주 이내에 실무협상에 들어가기로 뜻을 모았지만, 구체적 성과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지난 2월 말 '하노이 노딜' 때처럼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벌써부터 워싱턴 조야 안팎에서는 충분한 준비과정이 필요한 북미 정상 간의 만남조차 '리얼리티 TV쇼'처럼 즉흥적으로 진행하며 실체 없는 '사진 찍기용'으로 전락시켰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위원장에게 정통성을 부여하는 결과만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에 대해 잇따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쟁점화에 나섰다. 각종 여론 조사상 선두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안보와 이익을 희생하면서 독재자를 애지중지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만남 자체에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단지 사진 촬영 기회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정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향후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언제든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톱다운 케미'를 자랑하며 낙관론을 발신하면서도 제재 유지 입장을 재확인, "서두르지 않겠다"는 속도조절론을 견지하는 것도 이러한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한 차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가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결국 2∼3주 이내에 가시화할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된 성과물을 얻어내느냐, 그리고 이를 정상 간 합의로 연결하느냐 여부가 이번 판문점 회동의 성적표를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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