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시위 참가자 총격받고 사망"…군부 "신원불명 저격수가 시위대 공격"
(카이로·서울=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김서영 기자 = 지난 4월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이 축출된 아프리카 수단에서 문민 통치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한달전 군부가 연좌시위하던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이번 시위에서 사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군부는 자신들이 시위대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수단에서는 이날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전역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군부 통치를 반대하고 문민정부 구성을 주장하는 거리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지난 4월 쿠데타로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한 군부가 민정 이양을 차일피일 늦춘다고 비난했고, 문민 통치를 촉구했다.
시위에 동참한 자이나브(23)는 AFP에 "우리는 자유를 보장하는 문민 국가를 원한다. 우리는 군사독재를 끝내고 싶다"고 외쳤다.
시위대는 하르툼의 대통령궁 근처까지 행진하며 경찰, 군인들과 대치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가스를 발사했다고 시위 주도 단체인 '수단직업협회'(SPA)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수단 보건부는 이날 시위 과정에서 최소 7명이 숨지고, 18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특히 사상자 가운데 27명은 실탄에 맞았다고 BBC 등이 전했다.
야권 의사단체 '수단의사중앙위원회'는 북동부 아트바라에서 시위대 1명이 총탄에 맞아 숨졌으며, 수도 하르툼 인근 도시인 옴두르만에서는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의사단체는 "군부 측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이들이 카르툼과 지역 병원에 입원해있다"고 부연했다.
수단 과도군사위원회(TMC) 부위원장인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은 이날 신원을 알 수 없는 저격수가 시민과 군인을 상대로 총격을 가했으며, 부상자 중 10명은 경찰과 보안군으로 구성된 신속대응군(RSF)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수단 군부와 야권의 권력 이양 협상이 답보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군인들이 지난 3일 하르툼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연좌 농성하던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유혈 참사가 벌어지면서 군부와 야권의 협상은 한 달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야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시위대를 겨냥한 군부의 무력 진압으로 전국에서 약 128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수단 보건부는 시위대 사망자가 61명이라고 반박했다.
수단의 긴장 국면 속에 에티오피아 총리와 아프리카연합(AU)은 최근 수단 내 권력 이양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
압델 파타 부르한 TMC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우리는 모든 수단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야권과 합의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4월 11일 수단 군부는 30년 동안 통치한 바시르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했다.
이후 군부는 문민정부 구성을 요구하는 야권과 권력 이양을 놓고 협상을 했지만, 과도통치기구 구성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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