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없이 극복될 것" 주장…갈등해소 조짐에 리라 강세
美 제시한 중동평화안 수용 불가 입장도 밝혀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하채림 특파원 = 터키의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도입을 둘러싸고 미국이 제재 위협을 하며 압박하는 가운데 터키 대통령이 이 미사일이 열흘 안에 처음 인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오사카 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터키 NTV를 인용해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방송에 S-400 방공미사일 분쟁이 문제없이 극복될 것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분쟁과 관련해 터키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관리들을 지정하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했으며, 양국 외교와 국방장관들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기로 했다고 전했다.
터키는 미국의 F-35 전투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공동생산과 기술이전 등 유리한 구매 조건을 앞세워 러시아제 미사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터키의 러시아제 구입이 F-35 전투기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저지에 나섰고, 터키가 S-400 도입계획을 6월 말까지 철회하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F-35 전투기 훈련을 받는 터키군 조종사를 방출하겠다고 위협했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터키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번 미사일 갈등을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탓으로 돌리면서 터키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양자회담 자리에서 러시아 미사일을 사는 문제로 제재하지는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시 "아랫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면서 터키에 대한 제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내 일각의 의견이라고 치부했다.
S-400 미사일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터키 쪽의 기대대로 해소될 조짐에 G20 후 열린 외환시장에서 터키리라화는 강세를 보였다.
1일 정오께 리라달러환율(1달러와 거래되는 리라화 비율)은 5.69리라 선까지 떨어지며 지난 주말보다 1.8%가량 상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미국이 최근 제시한 경제 위주의 중동평화안과 관련해서는 터키가 이 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은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백악관은 향후 10년간 500억 달러(약 58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 팔레스타인의 국내총생산(GDP)을 배로 늘리고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실업률과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내용의 중동평화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 및 이란 정상들과 7월에 회담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뒤덮기 위해 "몇몇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겨냥한 듯한 말을 했으나, 그 이상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번 G20 정상회담에 앞서 배후로 의심받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살해한 사람들을 밝혀내야 하며 이번 살해사건의 몇몇 양상은 아직 숨겨져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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