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장면·마지막 장면 제외하곤 의전·기획 없었다"
"아무 것도 준비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해버린 만남…도보다리 시즌2 생각했었으면"
"대통령 비난하는 사람들, 文대통령이 무엇을 위해 인내하는지 생각해달라"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1일 판문점에서 전날 이뤄진 남북미 정상의 회동과 관련해 "의전과 기획이 없었다"며 준비작업을 거치지 않은 '깜짝 만남'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탁 자문위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날 만남에 대해 "(준비를)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해 버렸다"고 평했다.
탁 자문위원은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기 위해 이전부터 많은 노력이 있긴 했지만, 어제 만남 자체는 (준비할 시간이) 불과 24시간 정도밖에 없었다"며 "전혀 준비가 안된 것으로 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호원 동선과 카메라 동선이 너무 엉켜있었다. 현장 기자들과 동선 합의가 전혀 안 됐다는 뜻"이라며 "(기자들이) 서로 밀고들어가며 욕 말고는 나올 수 있는 말이 다 나온 것 같더라"라고 떠올렸다.
탁 자문위원은 특히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북미 정상이 회동한 장면을 떠올리며 "뒤쪽에 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배치됐는데, 이 의장기(행사에서 의전에 사용되는 깃발)가 바닥에 다 끌렸다"고 설명했다.
탁 자문위원은 "자유의집 건물이 상당히 낮다. 북측에서 당일 날 새벽 쯤 의장기를 부랴부랴 공수했을텐데, 그 깃발 높이가 건물과 안 맞은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의장기가 바닥에 끌리는 초유의 사태가 생겼다. 그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탁 자문위원은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만나 '깜짝 월경'을 한 장면과, 마지막 남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으로 김 위원장을 환송한 장면을 거론하며 "이 두 장면은 의도가 있는 장면이고 나머지는 시나리오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탁 자문위원은 "일단 북미 정상이 조우해 판문각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은 협의가 됐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북쪽 땅을 처음 밟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고, 김 위원장에게도 전달 됐을 것이다. 그래서 그 장면을 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장면은 세 정상이 함께 있는 장면이 하나는 있어야 하니, 원래 의도는 셋이 계단 앞으로 나와 군사 분계선까지 걸어가려 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탁 자문위원은 다만 "직업적으로 보며 아쉬움도 생겼다. 마지막 (남북 정상의) 포옹 장면도 제대로 보도가 안됐다. 복잡한 느낌으로 끝나버렸다"며 "마지막에 세 정상이 한 번 더 월경해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더라"라고 전했다.
만일 자신이 행사를 기획했다면 자유의집에 들어가는 대신 북미 정상이 도보다리까지 가서 '도보다리 회담 시즌2'를 연출하는 장면 등을 생각해봤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전날 회동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의전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아닌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전담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것에 대해서는 "원래 김 부부장은 의전을 담당할 위치가 아니라 훨씬 높은 위치에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 때에는 문 대통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김 부부장이 직접 챙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의전을 담당해왔는데, 김 부장이 연세가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현 단장으로 세대교체를 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탁 자문위원은 "문 대통령이 '객'(손님)으로 전락했다"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 등 문 대통령이 남북미 정상 회동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일각의 지적을 SNS 글을 통해 비판했다.
그는 "판문점 북미 정상 만남을 위해 기꺼이 앞자리를 피하고 뒤에서, 옆에서 중재하고 조정하고 맞이하고 환송한 대통령을 비난하는 분들, 대통령이 무엇을 위해 인내하고 견디시는지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탁 자문위원은 "자신의 자존심이나 명예보다 더 중요한 국가적 가치와 이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왜 안 보이는 건지, 애써 대통령의 헌신을 망신으로 폄훼해 얻는 정치적 이익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얻으면 무엇을 얼마나 얻고자 그러는 건지…"라며 "기쁜 날 슬픈 마음"이라고 적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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