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 깜짝 회동에 '소강상태' 남북관계 환경도 개선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회동'으로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흐름이 마련되면서 정부도 이를 남북대화 재개의 계기로 이어갈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하노이 노딜'의 여파로 소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번에 북미 정상이 만나 교착상태를 해소하면서 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됐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1일 "(판문점 회동으로 마련된) 이 환경을 어떻게 남북대화로 발전시켜 나갈지를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앞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정부는 그간 해왔던 남북 간 대화, 협력의 동력을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판문점 회동은 남북미, 남북 사이의 소통보다는 북미 정상의 양자 대화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적어도 남북 정상의 우호적인 관계는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는 등 남북정상 간 친밀함을 강조한 사진을 여러 장 게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 모였을 때 "이런 순간을 마련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해준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다.
정부는 전날 판문점 회동에서 나타난 북측의 대남 태도와 향후 북미 실무협상 재개 전망 등 정세 변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남북관계 재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문 대통령은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징검다리'로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 협상 재개에 합의하면서 이미 대화 흐름을 만들어 낸 만큼, 시급히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필요성은 다소 적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당장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어렵다면 정부는 남북 고위급회담 등의 틀을 통해 산적한 남북간 현안을 풀어보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미국의 공감대를 얻은 끝에 지난 5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공단 폐쇄 이후 처음으로 승인했지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방북 관련 협의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자산점검을 위한 기업인 방북은 공단 재개와 무관하다'는 남한 정부의 입장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산가족 화상상봉의 경우에도 관련 장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면제와 국내 준비 등을 모두 마치고 대북 협의만 남아있는 상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 합동 인터뷰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이산가족 상봉도 준비하고 있고 국내 여러 군데 화상상봉장을 설치해서 준비하고 있다. 이산가족들의 고향 방문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협력도 남북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남북관계 냉각 상황에서 북한은 한 달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남측에 '근본문제' 우선 해결을 주장해온 북한이 남북관계 재개 시 어떤 의제를 들고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전날 판문점 회동에서 본격적인 대화는 북미 정상 간에만 진행되고 문 대통령은 '조연'에 가까웠다는 점을 보면 향후 국면에서 남한의 역할이 이전보다 부차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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