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극적 드라마를 연출한 남북미 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두고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조차 반응이 엇갈리는 모양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표류하던 비핵화 회담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비핵화에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사진 찍기용 행사'에 불과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판문점 회동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측은 대북 협상의 핵심인 비핵화 이슈가 거론되지 않은 점을 꼽는다. 한 전문가는 "판문점 회동은 전 세계가 시청해야 하는 '리얼리티 TV'였고, 그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고 비꼴 정도다. 이번 회동에서 대북 외교의 핵심인 '비핵화'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음을 지적한 말이다.
판문점 회동은 엇갈린 반응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상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분명하다. 회동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 협상을 하는 데 합의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이내에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협상 돌입 시점에 대해 "7월 중순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협상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팀들이 모여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설명을 종합해보면 북미 정상의 '포괄적 합의'에 따라 북한의 대미 협상 라인이 재정비되는 이달 중순께 실무협상이 본격화하게 된다. 미국 측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협상 총책을 맡고,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미국 측 협상팀을 이끌게 된다. 북측은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대미 협상을 지휘할 것이라는 관측만 있을 뿐 실무협상팀의 면면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 조치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북미 간 실무협상은 더디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미국은 여전히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목표로 내세우며 포괄적인 '빅딜' 원칙을 거두지 않고 있다. 북한 역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제재 일부 완화 등의 조치를 요구한다.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북미 둘 사이의 간극은 여전한 채 다시 실무협상에 임하게 됐다.
앞으로 전개될 북핵 실무협상은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비핵화 회담이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정상들이 어렵사리 일궈낸 실무협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 1·2차 정상회담을 교훈으로 삼아 북미 양국 정상들이 '보텀 업' 방식의 실무협상에 확실하게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북미는 실무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한국 정부의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됐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양측의 대화와 타협을 끌어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대로 판문점 회동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넘어야 할 평화프로세스의 큰 고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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