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은퇴 김동진 "내 선수생활 80점…2004년 독일전 골 못잊어"

입력 2019-07-01 15:50   수정 2019-07-01 15:52

현역 은퇴 김동진 "내 선수생활 80점…2004년 독일전 골 못잊어"
"한국축구와 선수 발전을 위해 좋은 영향력 주는 지도자 되고파"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한국축구 국가대표 왼쪽 풀백 출신 김동진(37)이 현역 은퇴와 함께 지도자로서 새 출발을 알렸다.
김동진은 1일 서울 효창운동장 회의실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굴곡 많았던 선수 생활을 되돌아보며 지도자로서 미래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2000년부터 시작해 20년 가까이 이어온 프로선수 생활을 마감한 김동진은 2일부터 홍콩 키치SC의 1군 코치로 일한다.
먼저 김동진은 "그동안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선배, 동료들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자리가 올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이 자리에 서니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그는 "선수 생활을 더 할 수도 있었지만 지난 시즌 플레잉 코치로 일하면서 유소년도 가르치다가 '어떤 게 더 가치 있는 일일까' 생각하게 되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동진은 선수 생활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국가대표로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출전했던 때와 2007-2008시즌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에서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차지할 때를 꼽았다.
가장 중요한 경기로는 2004년 12월 19일 부산에서 치른 독일과의 친선경기를 들었다.
당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김동진의 선제골과 이동국의 결승골, 조재진의 쐐기골로 '거미손' 올리버 칸이 골문을 지킨 독일을 3-1로 격파했다.





김동진은 "독일은 최정예 멤버로 일본을 3-0으로 이기고 우리나라에 왔다. 우리는 당시 대표팀이 세대교체 시기에 있어서 베스트 라인업이 아니었고, 어린 선수 주축으로 뛰었다"면서 "그런데도 칸을 상대로 골을 넣고 승리도 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제니트에서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UEFA컵 결승전을 뛰고 그라운드에서 우승의 영광을 나눴을 때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제니트가 2008-200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유벤투스(이탈리아) 등과 조별리그를 치렀으나 단 1분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때는 그에게 선수 생활 중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남았다.
김동진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고마웠던 사람으로 아내를 가장 먼저 들었다.




이어 축구계에서는 고교를 졸업하고 2000년 안양 LG(현 FC서울)에 입단했을 때 사령탑이었던 조광래 현 대구FC 사장과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감독을 꼽았다.
그는 "조광래 감독님은 어린 나이였던 제게 많은 기회를 주시고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셨다. 아드보카트 감독님은 제니트에 데리고 가 그곳에서 내 선수 생활의 제일 좋았던 커리어를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K리그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태국, 홍콩 등의 리그에서도 뛰며 숱한 경험을 한 김동진은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을까.
그는 "전술, 전략 면에서도 좋은 능력을 갖춰야 하고, 거기에 더해 선수들의 마음을 읽는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적 마인드와 외국의 마인드를 결합하면 좋을 거 같다. 때로는 지시도 하고 심어줄 것은 심어주지만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는 지도자가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10년 전 국가대표로 파주NFC에 소집됐을 때 갑자기 쓰러진 이후 그에게는 늘 건강에 대한 걱정이 따라다녔다.
김동진은 "그날 이후 제 축구인 생이 롤러코스터처럼 확 바뀌었다. 주위에서 많이 걱정도 해주셨고, 2010년 월드컵 이후 자연스럽게 대표팀에서도 멀어졌다"면서 "아직도 김동진이 건강하게 뛸 수 있다는 것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하자는 마음을 갖고 뛰었더니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더 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족이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동진은 자신의 선수 생활에 몇 점을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80점은 줘도 될 거 같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월드컵, 올림픽 등 겉으로 보기에는 커리어도 많이 쌓고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러시아, 중국, 태국 등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갔다.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서 한국 선수로서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그랬더니 이후 많은 선수가 그곳을 찾아 도전하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 자신한테도 고마웠다"고 했다.
다만, 김동진은 "젊은 후배들은 K리그가 아니라면 무조건 유럽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제 나이가 있고 K리그에서도 자리가 없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면 동남아 리그 등도 괜찮다. 축구 열기도 뜨겁고 선수들의 개인기나 감각 등도 뒤처지지 않는다"라면서도 "하지만 젊은 선수들은 무조건 유럽에 나가서 많은 것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실패하더라도 얻고 오는 게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지도자로서 이루고 싶은 것을 묻자 그는 "한국축구와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 좋은 영향을 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hosu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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