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실질적 사용자' 정부에 노정 교섭 요구
(세종=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을 이틀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이번 총파업의 배경이 되고 있다.
1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서비스연맹 산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는 오는 3일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들 노조에 속한 약 20만명의 조합원 가운데 이번 총파업을 앞두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로 쟁의권을 확보한 인원은 10만명을 넘는다.
민주노총은 이들이 전원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의 예상대로라면 사상 최초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은 상당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현안은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는 조직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민주노총이 내건 요구 사항은 크게 비정규직 차별 철폐,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노정 교섭 틀의 구축 등으로 집약된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해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 이상으로 올림으로써 격차를 완화해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을 실현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내년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인건비 예산 증액 비율을 정규직보다 5%포인트 높이고 임금 격차가 해소될 때까지 비정규직 인건비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입장이다.
총파업에 참여하는 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의 경우 현 정부 임기 내 임금을 9급 공무원의 80% 수준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본급을 6.24% 인상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수당 차별도 해소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현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 공약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약도 제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한 핵심 요구 사항이 자회사를 활용한 정규직 전환 중단이다.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설립해 용역업체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간접고용의 형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정규직 전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용역업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를 통해 간접고용하는 것은 고용의 유연성을 유지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노동자 입장에서는 용역업체에서 자회사로 소속이 바뀔 뿐, 간접고용에 따른 고용불안은 남게 된다. 임금 인상 등 일부 처우 개선이 따르더라도 정규직 전환으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불안은 공공기관이 자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일부 공공기관은 자회사의 쟁의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이는 노동 3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현재 자회사 전환 방식이 문제로 불거진 사업장이 한국도로공사다. 도공은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 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설립해 통행료 수납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수납원 6천500여명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을 포함한 1천400여명은 자회사 전환 방식을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중 30여명은 지난달 30일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 구조물에 올라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3단계인 민간위탁 사업에서도 정규직 전환의 의지가 없다고 비판한다. 일괄적인 지침을 내리지 않고 기관의 자율 검토에 맡겨 사실상 정규직화를 포기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정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노동 조건은 정부 예산과 지침에 좌우되는 만큼,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가 교섭에 나서지 않고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노동 조건 문제는 사업장별 교섭 틀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개별 기관과 교섭을 하면 노조의 요구에 '우리는 권한이 없다'는 사측의 답만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실권을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노정 교섭 틀을 만들어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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