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규부두 자동화에 설 자리 없어지는 하역 장비 운전인력

입력 2019-07-12 07:05  

부산항 신규부두 자동화에 설 자리 없어지는 하역 장비 운전인력
재개발·통합으로 줄어들 북항 인력 재교육 시설·장비 확충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 신항 신규 부두의 자동화 수준을 크게 높이기로 해 기존 하역 장비 운전 노동자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재개발과 운영사 통합으로 줄어들 북항의 기존 인력이 신항으로 옮겨가지 못하면 대규모 실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기존 인력의 직무 전환 훈련 등이 필요하지만, 대비가 충분하지 못하다.
12일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에 개장할 신항 서측 2-5단계 부두 3개 선석에는 국내 최초로 사람이 타서 운전하지 않고 원격으로 조종하는 안벽 크레인이 설치될 예정이다.
부산항 기존 부두에 있는 110여대의 안벽 크레인은 모두 사람이 직접 크레인에 올라가서 운전하는 수동 방식이다.
이 부두와 규모가 비슷한 다른 부두의 수동식 안벽 크레인 운전인력은 50여명 선이다.

항만공사는 2025년 개장 예정인 신항 2-6단계 부두 2개 선석을 2-5단계와 통합 운영할 계획이어서 같은 방식의 안벽 크레인이 도입된다.
신항 남측에 민자로 건설 중인 2-4단계 부두(3개 선석)도 2-5단계 부두와 비슷한 수준의 자동화 크레인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130여명의 안벽 크레인 운전인력이 설 자리를 잃는다.
2-5단계를 비롯해 새로 문을 열 부두들이 야적장 컨테이너를 안벽과 직각 방향으로 쌓는 수직 배열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야드 트랙터를 운전인력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수직 배열 부두에서는 야드 트랙터 대신 스트래들 캐리어라는 장비가 컨테이너를 안벽과 장치장 사이에서 나른다.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섀시에 실어 주고 내려줘야 하는 야드 트랙터와 달리 스트래들 캐리어는 크레인이 땅바닥에 내려놓은 컨테이너를 직접 집어서 운반할 수 있다.
수평 배열 방식을 채택한 3개 선석 규모의 부산항 다른 부두에서 일하는 야드 트랙터 운전기사는 평균 240여명에 이른다.
비슷한 규모의 수직 배열 방식 부두의 스트래들 캐리어 운전기사는 110명 정도이다.

3개 선석 규모 부두 한곳에서만 130명 정도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북항의 4개 부두 중 자성대부두는 2022년부터 재개발에 들어갈 예정이고,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 등 나머지 3개 부두는 운영사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는 이로 인해 줄어들 인력을 새로 문을 여는 신항 부두로 옮겨 고용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선 기존 하역 장비 운전인력의 직무 전환 준비가 필요하지만, 관련 시설이나 장비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
항만하역인력 양성 및 재교육을 담당하는 부산항만연수원에는 설치한 지 20년도 넘는 낡은 수동식 실습 크레인 1대와 시뮬레이터 1대뿐이다.
원격 조종 크레인 교육 장비는 전혀 없다.
야드 트랙터를 대신할 스트래들 캐리어 운전 교육 장비도 없다.

연수원 관계자는 "2-5단계 부두 개장 1년 전쯤에는 새로운 자동화 장비 교육을 위한 시설과 장비를 갖춰야 한다"며 "지금부터 항만 당국이 준비를 서둘러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산항운노조는 "신규 부두 자동화로 기존 인력의 일자리 상실이 우려돼 해수부, 항만공사와 함께 고용유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직무 전환 교육 등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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