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죽도록 먹고 마시는 심리학'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달콤함과 짭짤함이 만난 '단짠'은 거부하기 어려운 강력한 맛의 조합이다. 몸에 좋지 않아도 해도 살이 찐다고 해도 자꾸만 손이 간다.
'살기 위해 먹는다'가 아닌 '먹기 위해 산다'는 미식가가 넘쳐난다. 먹는 방송 '먹방'이 대세다. 배가 불러도 TV에서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군침을 흘리며 야식을 찾는다.
우리는 왜 먹고 마시는가. 왜 배고프고 왜 맛있을까.
행동과학자 알렉산드라 w. 로그는 '죽도록 먹고 마시는 심리학'에서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된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씹고 삼키는 사람들에게 먹고 마시는 데에도, 달고 짠 음식과 칼로리가 높은 고지방 음식을 좋아하는 데에도 이유도 있다고 설명한다.
책은 배고픔과 포만감, 갈증, 맛과 냄새, 음식 선호와 혐오, 충동과 자제력, 폭식증과 거식증, 과식과 비만, 음주와 흡연 등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된 폭넓은 주제를 다양한 연구 결과와 함께 다룬다.
단맛이나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선호는 동물의 생존과 관련 있다. 단 음식에는 고농도의 당분, 칼로리가 들어 있다. 과거 인간을 포함한 대다수 종이 자연환경에서 칼로리를 마음껏 얻는 것은 불가능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단것을 선호하게 돼 있다.
짠맛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과 동물이 소금을 좋아한다. 칼로리처럼 소금도 우리 몸에 필수적이다. 야생에서 소금을 구하기는 쉽지 않으니 많은 종의 동물이 소금을 찾아 유랑했다. 야생 동물들이 민가로 내려오는 것도 염분을 찾아서다. 인간도 태생적으로 염분을 선호한다.
요리프로그램을 보면 갑자기 식욕이 발동하는 이유는 음식을 보면 침이 나오고,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혈당 수치를 낮추고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
배고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다. 날씨가 추우면 체온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추울수록 많이 먹는다. 당도 높은 음식을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왕성해져 혈당이 낮아지고 배고픔을 더 느끼게 된다. 반대로 껌을 씹거나 음식을 입에서 더 많이 씹으면 배고픔을 덜 느끼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그동안 왜 그렇게 먹고 마셨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술자리에서 끊임없이 안주를 집어 먹거나, 술자리에서 배불리 먹고도 계속 허기를 느끼는 것도 이유가 있다.
실험 결과 포도주나 맥주 등을 반주로 마시면 음식을 더 빨리, 오래 먹었다. 또 알코올 섭취 후에도 더 많이 먹었다. 알코올은 특히 에너지 집약 음식의 섭취를 증가시켰다. 체중 조절하는 사람이 술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친숙하고 좋아하는 음식도 계속 먹고 싶지는 않다. 바나나를 좋아해도 갈수록 더 많이 먹지 않고, 점심때 먹은 음식을 저녁때 또 먹고 싶지 않다.
대개 사람들은 친숙한 음식을 좋아하지만, 그 음식만 먹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 음식이 모든 영양분을 공급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어떤 것을 먹은 후에는 그 특정 음식 선호가 일시적으로 감소한다.
뉴욕시립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과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연구로 명성을 쌓았다.
어린 시절 극도로 까다로운 입맛을 가졌던 그는 알고 보니 맛을 매우 잘 느끼고, 특히 쓴맛에 유독 민감한 '초미각가'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음식에 대한 심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저자는 뉴욕시립대에서 개설한 '먹고 마시는 심리학' 강의에 너무 많은 수강생이 몰리자 이 책을 썼다.
지금은 인류가 단맛과 짠맛을 찾아 헤매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먹을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 현명하게 먹고 마셔야 한다.
저자는 한때 인간에게 도움이 되었던 유전적 성향이 앞으로 우리를 큰 어려움 속에 빠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인간이 진화한 시절의 환경과는 매우 다른 환경에 적응돼 있다"며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려면 우리가 만든 비정상적인 환경을 바꾸기 위한 개입을 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복한숲. 박미경 옮김. 372쪽. 1만8천원.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