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배가 귀띔…총책·꽃뱀 역할·가짜남편 등 역할분담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정년퇴직한 선배의 퇴직금을 노리고 꽃뱀을 접근시켜 수천만 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구속됐다.
1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꽃뱀 공갈단' 총책인 A(55) 씨는 성인 오락실 등에서 알게 된 B(53) 씨로부터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자신이 10여년 동안 알고 지낸 선배(59)가 정년퇴직한 뒤 거액의 퇴직금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A 씨는 퇴직금을 뜯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 꽃뱀을 접근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A 씨는 이 계획을 실행할 여성 C(29) 씨와 남성 D(47) 씨를 불러 모았다.
B씨가 이른바 작업녀인 C 씨에게 피해자를 소개해주고 그를 유혹해 잠자리를 갖는 것이었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남편 행세를 한 D씨가 현장을 급습해 퇴직금을 뜯어내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2주간 합숙까지 하며 각자의 역할을 숙지하고 연습까지 했다.
연습을 마친 이들은 지난 5월 10일 짜인 각본대로 행동을 개시했다.
B 씨는 피해자에게 "괜찮은 여자가 있으니 한번 만나보라"며 작업녀를 소개해줬고, 여자는 피해자가 마음에 드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후 만남을 이어가던 C 씨는 피해자를 잠자리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잠자리를 한 지난 5월 C 씨의 가짜남편이 모텔 현장을 급습했다.
D 씨는 피해자에게 "죽여버리겠다"라거나 "당신 부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했고, 겁을 먹은 피해자는 다음날 현금 6천만원을 가져다줬다.
이들 일당은 돈을 받은 직후 광주 한 모텔에 모여 역할에 따라 1천만원~2천500만원을 나눠 가졌다.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 씨 등 3명을 공동감금 및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하고 잠적한 D 씨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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