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 시위하던 환경운동가들에게 최루액 근접거리서 분사…"과잉진압" 비판
佛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 "납득할 수 없는 장면…정부는 설명할 수 있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와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하던 시위대의 얼굴에 프랑스 경찰들이 최루액을 근접거리에서 분사하며 끌어내는 장면이 SNS로 확산하자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감찰조사를 명령했지만, 경찰이 비폭력 시위대에 과잉대응을 했다는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파리 센 강의 쉴리 다리 위에서는 '익스팅션 리벨리언'(Extinction Rebellion·멸종에 대한 반란)이라는 이름의 시위대의 연좌 농성이 있었다.
이들은 프랑스 정부와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며 다리 한 쪽에 모여앉아 평화적 방식의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경찰은 통행에 방해가 된다면서 해산을 명령했지만 시위대는 이를 거부했고, 경찰관들은 이들의 얼굴에 최루 분사액을 무차별적으로 쏘아대기 시작했다.
일부 경찰은 시위대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강제로 벗기고 근접거리에서 최루액을 분사했고, 시위 참가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스프레이 최루액을 고스란히 맞았다.
최루액으로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관에게 강제로 끌려나가기도 했다. 수십명 남짓한 시위 참가자 중에는 노년층도 있었다.
이런 장면은 현장에 있던 프리랜서 기자 클레망 라노와 다른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으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로 삽시간에 확산했다.
경찰에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않는 평화적 방식의 연좌 농성 시민들에게 경찰이 최루액을 마구잡이로 뿌려가며 진압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당 대표는 "독재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개탄했다고 AFP통신이 1일 전했다.
여당인 레퓌블리크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의 바바라 퐁필리 의원도 공영 프랑스2 방송에 나와 "시위대의 눈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최루액을 (경찰이) 분사한 것에 나도 무척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와중에 환경부 장관은 TV에 출연해 해당 시위대를 비판하고 경찰의 최루가스 분사를 옹호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프랑수아 드 뤼지 장관은 시위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BFM 방송에 나와 해당 시위대가 "매우 급진적이었다"면서 경찰의 최루액 사용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당했다고 주장했고, 이후 경찰과 정부에 대한 비판은 더 거세졌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도 경찰과 정부의 과잉대응을 비난했다.
코티야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경찰이 앉아있는 시위대에 최루액을 쏘는 영상을 공유하고 "프랑스 정부여,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 장면을 당신들이 내게 설명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파리에서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학생들과 활동가들이 최루가스를 맞았다"고 영어와 프랑스어로 글을 올렸다.
비난이 거세지자 프랑스 내무부는 해당 시위의 경찰 대응이 적절했는지 감찰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프랑스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서민경제 개선과 직접 민주주의 확대를 요구한 이른바 '노란 조끼' 연속 집회에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경찰이 시위대에 고무탄 발사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진압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자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올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프랑스 경찰의 물리력 사용에 대한 진상조사를 프랑스에 촉구하기도 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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