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유일한 국적 해운사인 현대상선이 내년 4월부터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에 정회원사로 가입한다. 해운회사는 아무리 크더라도 세계의 모든 항로에 배를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주요 해운동맹 가입 여부가 회사의 경쟁력을 가르는 중대 요소가 된다. 이번 디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현대상선은 2030년까지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침체에 허덕이는 국내 해운업이 과거 영광을 재현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세계 주요 해운사들은 해운동맹을 만들어 공동 운항 서비스를 하고 있다. 노선과 선박, 항만서비스 등을 공유하는 영업전략이다. 디 얼라이언스는 독일의 하팍로이드(Hapag-Lloyd), 일본의 ONE(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 대만의 양밍(Yang Ming) 3개사가 주도하는 해운동맹으로, 선복량으로 따지면 2M(머스크·MSC) 얼라이언스, 오션 얼라이언스(CMA-CGM·COSCO·에버그린)에 이어 해운동맹 중 세 번째에 해당한다. 현대상선의 합류로 디 얼라이언스는 현대상선의 주력 항로인 아시아-미주와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28%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은 지금까지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 1위 동맹에서 나와 3위 동맹으로 갈아타는 것은 기존 계약이 내년 3월이면 끝나는 데다 그간 2M에서는 정식회원이 아닌 일종의 준회원 자격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디 얼라이언스에는 정식회원 자격으로 들어간다. 기존의 동맹에서는 새 노선을 운항하려면 기존 회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면 내년 4월부터는 모든 조건에서 기존 멤버와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만 해도 해운업 매출 39조원, 운송능력 106만 TEU에 달하는 해운 강국이었다. 하지만 세계 7위이던 한진해운이 글로벌 물류대란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부실화됐고, 결국 2017년 파산해 퇴출당했다. 남은 현대상선 역시 업황 부진으로 해운동맹에서 쫓겨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금까지 16분기 연속 적자상태로,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다시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선대운영이 가능한 3대 해운동맹에 정식 가입하게 됐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내 해운업 재건을 위해 큰 노력을 해왔다. 해운업은 기간산업으로, 항만이나 조선, 물류 등 연관된 산업도 많다. 해운업이 꺾이면 다른 산업, 지역경제 등에도 타격을 주게 된다. 현대상선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이유다. 이번 새 동맹 가입에 맞춰 현대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도 투입한다. 작년 9월 발주한 새 병기를 장착하는 셈이다. 새 동맹에서 새 배를 갖춰 출발하는 만큼 비상한 노력으로 해운업 강국의 명성을 되찾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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