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조업 중 사고로 장애 3급 판정, 자발적으로 나서 2009년 협회 설립
지원금·후원금 한 푼 없이 친누나와 집까지 팔아 회원들 지원 활동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할 줄 아는 게 배 타는 것 밖에 없는데 사고로 장애가 생기면 모든 걸 잃게 됩니다."
김명주 한국선원장애인복지협회 중앙회 운영위원장(47)은 2006년 전까지만 해도 18년 차 베테랑 선원이었다.
신혼의 단꿈을 잠시 뒤로 하고 원양참치선망어선에 올라 조업하던 그해 어느 날 오른손이 로프에 끼이는 큰 사고를 당했다.
아픈 손을 부여잡고 선원 관련 단체를 찾아가 보상과 소송 얘기를 꺼내기 무섭게 "네가 일을 잘못해서 다친 거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겨우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에 나서 1심에 패소한 뒤 2심에서 승소해 6천만원을 받고 합의했다.
그는 "2심까지 3년이 걸렸다. 3심은 생각도 못 했다. 너무 힘들어서 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사고 이후 아내도 떠나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본인과 같은 처지에 놓인 선원 출신 장애인이 꽤 많았다.
그는 2008년부터 친누나와 함께 현재 단체 설립을 추진해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현재 해양수산부) 승인을 받았다.
협회 설립 10년을 맞은 올해 전국 10곳에 지회와 지부를 두게 됐고, 회원 수는 1만2천명이 됐다. 부산에만 회원 6천명이 등록돼 있다.
협회 가입비는 1만원, 월 회비는 3천원이지만 월 회비를 제대로 납부하는 회원은 별로 없다.
김 운영위원장은 "언제 배를 탈지 모르고, 한번 바다로 나가면 2년 내외로 돌아오지 않는 등 불규칙한 생활로 회원 납부는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운영위원장과 친누나는 10년 세월 동안 협회 회원들을 위한 무료 급식과 소송 지원 등을 위해 집도 2채나 팔았다.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은 물론 후원금도 없이 사재를 털어 불의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된 선원들을 돕고 있다.
그나마 다행으로 최근에는 부산교통공사 청소용역 등에 회원들이 용역 노동자로 일하게 됐다.
소송 지원을 담당하는 고문변호사는 협회 요청으로 회원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선원 생활을 하다 보면 숱한 사고를 당해 갑자기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이런 선원들이 선박 수리 등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지원과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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