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택 연출·김문정 음악감독 의기투합…8월8일~10월20일 충무아트센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1940년대 화려한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이 국내 무대에 처음 오른다. 1989년 미국에서 초연된 작품이 30년 만에 한국으로 건너왔다. 주목받는 연출가 오경택과 뮤지컬 '영웅', '웃는 남자'의 히트 넘버를 탄생시킨 김문정 음악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오경택 연출은 2일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적, 문화적 거리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숙제였다"고 말했다.
'시티 오브 엔젤'은 1940∼195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필름 누아르 장르(어두운 범죄와 타락한 도시 세계를 그린 영화)를 표방한다. 탐정 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며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과 그가 창조한 세계 속 인물을 교차하는 극 중 극이다.
오 연출은 "다행히 느와르 장르가 대중적이어서 진행 방식이나 캐릭터 면에서 전형적인 부분이 많다. 오늘날 관객이 익숙해져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관건은 한국 배우가 서양인을 연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에 지친 관객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였다.
오 연출 역시 "동시대 대한민국에서 왜 이 작품을 해야 할지가 중요한 숙제였다"며 "'시티 오브 엔젤'에는 굉장히 미국적인 정서가 녹아 있다. 원작에서 큰 묘미인 언어유희를 한국적 정서로 치환하는 윤색 작업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티 오브 엔젤'에는 어로라, 칼라, 바비, 게비, 도나, 울리 등 6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원작에선 이들을 '악녀와 성녀'라는 이분법으로 묘사했다는 인상이 짙다.
오 연출은 "대본을 처음 받고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불편했다. 그러나 느와르 장르의 전형성을 뒤집고서는 스토리가 흘러갈 수 없겠더라"며 "대신 코미디 측면을 강조했다. 인물이 사회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인물로 살도록 '거리 두기' 기법을 사용했다. 관객이 이야기를 한 발 떨어져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티 오브 엔젤'의 또 다른 비밀병기는 음악이다. 원작 작곡가 사이 콜먼은 1940년대를 향수할 재즈, 블루스, 스윙으로 세련된 넘버를 탄생시켰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이를 소화할 네 명의 보컬(엔젤)을 선발했다. 또 18인조 빅밴드를 구성해 공연마다 재즈 라이브를 들려줄 예정이다.
김 음악감독은 "재즈는 곡의 구성과 형태가 아니라 자유로운 연주 스타일에 목적이 있다. 엔젤 4인이 작품 서두부터 막바지까지 자유분방한 재즈 가창으로 드라마를 이끌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스타인' 역은 뮤지컬 배우 최재림과 강홍석이, '스톤' 역은 가수 출신 배우 이지훈과 테이가 출연한다.
'버디 & 어윈' 역은 방송인 정준하와 뮤지컬 배우 임기홍이, '칼라 & 어로라' 역은 뮤지컬 배우 백주희와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가 맡는다.
정준하는 "작년 10월부터 본의 아니게 방송을 전면 쉬었다. 사업체를 4개 운영하다 보니 바쁘게 살았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가희는 "두 아이를 출산하고 첫 복귀작이다. 봉인 해제된 느낌으로 열심히 하겠다"며 "거주지가 해외(인도네시아 발리)로 바뀌면서 연습시간을 채우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있다. 어떻게든 연습해서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8일 개막해 10월 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6만∼1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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