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추경 대신 내년 예산안 확대해야…재정개혁 없으면 韓경제 '냄비 속 개구리'"
(세종=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경제가 어려울수록 과감하게 적자재정을 편성하고 지출을 해야 합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나 통합재정수지에 근거 없는 저항선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은 지난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과감한 재정확대를 주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 원장은 "세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결국 내수를 키워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재정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수 감소로 점차 재정 여력이 줄어든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후버의 함정'을 언급하며 "세수가 줄어드는 때야말로 과감하게 적자재정을 통해 지출을 늘려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4년간 세수 호황이 이어졌지만, 올해 들어서는 세수 증가세가 멈춰서는 모습이다.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5천억원 줄었다.
그러나 정부가 세입 감소에 따라 지출을 줄이면 경제 규모가 줄어들어 한층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유 원장의 지적이다.
5월 논란이 됐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관련해서는 재정 당국의 40% 마지노선 설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봤다.
유 원장은 "40%든 45%든 모두 근거 없는 기준"이라며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100%까지 오르더라도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관리만 잘 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흔히 국가채무비율의 반면교사로 삼는 그리스의 경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라 자국 통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다만 "고령화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면 국가채무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며 속도와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차 추경과 관련해서는 "이미 1차 추경이 이렇게 늦어졌는데 2차라고 가능하겠느냐"며 "2차 추경보다는 내년도 예산안을 더 확대하고 획기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을 확대한 뒤에는 이를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하며, 경기 회복 후 증세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유 원장은 "정부가 공급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들은 비효율적이고 시장을 왜곡하는 측면이 상당히 있다"며 "단순 일자리를 만들지 말고 새 수요와 새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재정개혁과 전환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소위 말하는 '냄비 속의 개구리'가 될 것"이라며 "일본도 탄탄한 사회였지만 전환이 느렸는데, 한국은 향후 일본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진보경제학자로 꼽히는 유 원장은 지난해 6월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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