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비정규직 파업으로 학생들 도시락, 빵·우유로 점심
4일 34개교, 5일 22개교 급식 차질 예상…교육감 "공백 대비하겠다"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김선형 기자 = "나도 한 입만 줘봐", "너도 도시락 싸 와"
전국 학교 비정규직이 대규모 파업에 들어간 3일 정오께 대구 수성구 범일중학교 전교생 196명은 급식실 대신 교실에서 빵과 주스를 먹으며 점심을 먹었다.
서지현(14)양은 "급식 선생님들께서 나오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지난주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급식을 못 먹는 건 처음인데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한 남학생은 "학교에 매점이 없다"며 "집에서 간식을 챙겨왔는데 내일부터는 도시락을 가져오려고 한다"고 했다.
교실 칠판 옆에는 '7월 식단표'가 붙어있었다.
예정대로면 이날 식단은 '현미밥, 유부 장국, 비프카레 볶음, 오븐에 구운 파닭, 깍두기, 카프리제'였다.
영양사 1명과 조리사 3명이 파업에 참여해 평소 같으면 학생들로 시끄러워야 할 1층 급식실은 텅 비어 있었다.
식재료로 가득 차야 할 급식실에는 파리 한 마리 없었고 '저온주의'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는 냉장고도 꺼져 있었다.
교무실에서는 몇몇 교사들이 책상에 앉아 빵을 먹었다.
같은 시간 지산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아이들은 서로 어떤 음식을 싸 왔는지 궁금해하며 사이좋게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3학년 2반 학생들은 "현장체험 학습 때 말고 학교에 도시락을 싸 온 건 처음"이라며 "학교에서 급식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도시락을 싸 왔다"고 말했다.
김혜주 교감은 "각 가정에 통지문을 보내 도시락을 챙겨오도록 했으나 못 싸 온 학생에게 빵과 우유를 주는 거로는 부족해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오후 1시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저학년 어린이들은 "선생님 왜 안 오세요", "선생님 어디 가셨어요"라며 계속해서 교사를 찾았다.
옷에 이름표를 붙이자 몇몇 학생은 "돌봄선생님은 제 이름을 아는데 왜 (이름표를) 붙여야 해요"라며 어색해하기도 했다.
이 학교는 파업에 들어간 돌봄전담사 1명을 대신해 교사 38명이 1시간 30분∼2시간씩 교대로 돌봄교실 학생 49명을 맡기로 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귀가하는 오후 6시까지 어떤 수업을 맡아야 하는지 논의했다.
학교를 방문한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은 "학부모들께서 걱정이 많은 걸 잘 알고 있다"며 "이 사태가 장기화하리라고는 보지 않지만 공백이 없도록 철저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지역에서는 공·사립학교 공무직(학교 비정규직) 7천865명 가운데 45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부문별로는 조리실무원이 294명으로 가장 많고 조리사 23명, 특수교육실무원 21명, 초등돌봄전담사 6명, 유치원방과후전담사 2명이다.
파업 첫날 대구에서는 34개 초등학교와 8개 중학교, 3개 단설유치원, 2개 고등학교 등 47개 학교에서 급식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5개 학교는 개별적으로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하고 18개 학교는 빵과 우유, 김밥 등을 제공하도록 했다. 3개 학교는 단축 수업을 했다.
4일은 34개, 5일은 22개 학교가 급식을 하지 않는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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