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 소형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하여 삼척항에 도달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7시간이었다. 우리 군경은 매뉴얼에 따라 평소처럼 레이더 포착 등 경계 활동을 벌였으나 경계망은 뚫렸다. 육군 23사단 초동조치 부대의 현장 출동도 늦었고 합동참모본부 차원에서 상황 전파도 지연됐다. 대응이 부실하고 미흡하고 부적절했다. 군 당국이 해경 발표와 달리 선박 발견 장소인 '삼척항 방파제'를 '삼척항 인근'으로 표현하고 합참이 최초 브리핑 때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한 것은 부주의하고 안이했다. 다만 고의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게 3일 북한 소형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 결과 요지다.
정부는 애초 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감지된 경계실패를 이같이 확인하고 합참의장 경고, 8군단장 보직해임 같은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북한 목선으로 추정되는 의심 표적이 레이더에 잡혔지만 인식하지 못했고 초기 대응과 언론 발표에서 국민 눈높이에 크게 미달한 것이 뼈아프다. 작전에 필요한 군사 장비가 부족했다기보다 전력 운용에서 누수가 생겼다고 볼 여지가 크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진부하지만 명징한 경구가 자주 회자하는 것은 그만큼 군 전력 운용에서 경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해빙에 따라 가뜩이나 대북경계와 안보의식이 약해지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군경은 이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국민들의 불신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믿음직한 군대와 정부의 굳건한 안보태세에 의지하여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가 있다.
과거에 우리 군은 적절한 대응 실패에 따른 문책의 두려움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하거나 허위보고하여 불신을 자초한 일이 더러 있었다. 이번에도 유사한 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은 그래서 지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청와대 안보실이 초기상황을 공개하지 말자고 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정부는 봤다. 그러나 '셀프조사'가 가진 한계 탓에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야당들의 국정조사 요구가 여야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국정조사 성사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이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보충 규명이 필요하다면 상임위원회에서 이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군경과 안보 당국자들은 이번 사건을 다시 한번 경계체계를 점검하고 안보태세를 가다듬는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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