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문화원, 1천500여 공립학교·교사 조사 후 외국어 공부 보고서 작성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학생들이 진학시험이 어려운 데다 브렉시트(Brexit) 이후 활용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국어 공부를 점점 더 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은 잉글랜드 내 외국어 교육 경향을 분석해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
영국문화원은 1천500여 공립학교와 이곳에서 재직 중인 교사들을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 실태를 파악했다.
교사들 중 80% 이상은 학생들이 이전에 비해 현대외국어(modern foreign languages·MFL) 과목을 덜 택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로 교사 3분의 2는 어려운 외국어 시험이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고 답했다.
GCSE(중등교육 자격검정 시험)나 영국 대입 준비생들이 치르는 A-레벨에서 독일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 과목이 어렵게 나오면서 학력 수준이 낮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정형편이 빈곤한 학생들은 형편이 더 나은 학생들에 비해 외국어를 덜 공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에 응한 교사 4분의 1은 브렉시트가 학생들이 외국어를 공부하는데 방해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교사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외국어 공부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EU를 떠나니까 자기 자식이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별로 쓸모가 없다고 말하는 부모들을 봐 왔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외국어 공부를 선택하는 이들이 감소하는 것과 함께 교환학생, 해외여행 등 국경을 오가는 활동 역시 재정 부족, 브렉시트 불확실성, 안전 우려 등의 이유로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영국이 단일언어 국가화되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학교 및 칼리지 대표연합'의 제프 바턴 사무총장은 "외국어 공부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단일언어 국가가 될 위험이 있다"면서 "학교들은 현재도 심각한 외국인 교사 부족을 겪고 있는데, 브렉시트가 단행되면 이러한 문제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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