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양제 지켜야" vs "식민지 아냐" 英-中 '홍콩시위' 갈등고조

입력 2019-07-04 11:31  

"일국양제 지켜야" vs "식민지 아냐" 英-中 '홍콩시위' 갈등고조



(런던·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임성호 기자 = 영국과 중국이 홍콩의 입법원 점거 시위를 두고 거친 설전을 벌이며 갈등을 표출했다.
영국 정계 주요 인사들이 홍콩시위 지지 의사를 밝히자 중국은 "홍콩은 더는 영국 식민지가 아니"라며 즉각 항의했고, 영국은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갈등은 커지는 양상이다.
영국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홍콩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와 함께 중국 정부에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준수를 촉구했다.
보수당 대표 경선 선거운동 중인 존슨은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존슨은 "홍콩 시민은 임의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중국 본토 송환 제안에 대해 불안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존슨은 또 "그들(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며, 기꺼이 변호할 것"이라며 "일국양제가 그동안 지켜져 왔고, 지금도 지켜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중국에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영국과 중국이 1984년 체결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은 1997년 중국 반환 이후로도 50년 동안 홍콩이 현행 체계를 기본적으로 유지토록 하는 등 '일국양제' 기본 정신을 담고 있다.
테리사 메이 현 영국 총리 역시 하원 '총리 질의응답'(Prime Minister's Questions·PMQ)을 통해 "중국 정상에 직접 (홍콩시위 관련) 우려를 전했다"면서 "반환협정에 담긴 홍콩의 고도 자율성, 권리와 자유 등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 등 폭력 양상에 대해서는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비판하면서도 수십만명의 시위대 대부분은 매우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시위를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도 공영 BBC 방송 인터뷰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 등을 통해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변함없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헌트 장관은 시위대가 과격한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영국 현 총리 및 장관과 차기 총리 유력주자의 발언에 대해 중국 측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식민통치의 환상"에 취해 있다며 "영국이 홍콩 주민에게 자유를 얻어다 줬다는 건 완전히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류 샤오밍 주영 중국대사도 "영국 정부는 홍콩 내부 문제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폭력적으로 법을 어기는 이들을 도와주는 잘못된 편에 서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류 대사는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이지 더는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와 새 총리가 중국 내부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한다면 양국관계에 어떤 문제도 없을 것이지만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BC는 이런 류 대사의 발언이 전해지자 영국 외무부가 류 대사를 이날 초치해 "(발언을) 용납할 수 없으며 부정확하다"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영국 외무부는 류 대사에게 홍콩과 관련한 영국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헌트 장관은 류 대사의 발언이 전해지자 트위터에 "중국 정부에: 국가 간의 좋은 관계는 상호 존중과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준수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존슨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메이 총리 내각은 5세대(G) 통신망 구축과 관련해 핵심 장비를 제외한 비핵심 장비만 화웨이 제품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존슨은 중국 기업들을 환영하지만, 영국이 중요 국가 안보 인프라를 손상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을 중국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총리가 된다면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정보공유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과 함께 정보 공동체를 구성하는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을 말한다.
pdhis959@yna.co.kr
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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