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성매매 업소 폐쇄·이전도 검토 대상…성 노동자 공동체 '시큰둥'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첫 여성 시장이 관광객 시선으로부터 성(性)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대표적인 '관광 코스'인 홍등가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추진한다.
암스테르담 최초의 여성 시장인 펨케 할세마는 도심 홍등가 일부를 폐쇄하고, 성 노동자들이 호객용유리 진열시설에 서 있는 것을 전면 금하는 등의 개선안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과 BBC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국이 내놓은 홍등가 개선안에는 ▲ 호객용 유리 진열시설 폐쇄 ▲ 성 노동자 면허 발급기준 강화 ▲ 도심지 성매매 업소 축소 ▲ 도심지 성매매 업소 전면 폐쇄 및 이전 등이 들어 있다.
당국은 지역 주민 등이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을 열어 최종 개선안을 확정하고, 올 연말 시의회에서 투표에 부쳐 확정할 예정이다.
할세마 시장은 "그곳(홍등가)에서 일하는 많은 여성이 수치심을 느끼고 비웃음을 견디고 있"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신매매 피해가 늘고, 휴대전화로 성 노동자들의 사진을 촬영해 인터넷 등에 올리는 관광객들도 많아지는 사회적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할세마 시장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여성들을 보호하고, 범죄를 줄이는 한편 암스테르담 운하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500년 역사의 도심을 되살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합법화한 성매매 자체를 금지할 계획은 없다고 그는 못 박았다.
그는 "우리가 성매매를 합법화한 것은 합법적인 성매매가 여성에게 자율과 독립의 기회를 부여한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성 노동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성 노동자 공동체 '프라우드' 회원인 폭시 에인절(가명)은 일부 관광객들의 무례한 행동이 문제가 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만일 홍등가가 폐쇄되면 성 노동자 모두는 음지로 들어갈 것이고, 이들을 단속하려면 훨씬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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