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실려 가는데도 필리핀 '사치의 여왕' 구순 잔치 계속"

입력 2019-07-04 10:13   수정 2019-07-04 14:37

"환자들이 실려 가는데도 필리핀 '사치의 여왕' 구순 잔치 계속"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집단 식중독 사태가 벌어진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의 구순 잔치에서 환자들이 실려 가고 있는데도 공연이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GMA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파시그시 이나스 체육관에서 2천50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멜다의 구순 잔치에서 261명이 구토 등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됐다.
당시 환자들이 하나씩 실려 나가는데도 연예인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등 잔치가 계속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VIP 손님과 일반 하객에게 서로 다른 케이터링 업체가 음식을 제공했으며, 집단 식중독은 필리핀 전통음식인 '아도보' 도시락을 먹은 일반 하객들에게서 나타났다.
당국은 아도보에 들어간 고기와 계란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시료를 채취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병째 제공된 물을 마시고 메스꺼움을 느꼈다는 환자도 일부 있어 물의 상태도 살펴보고 있다.
식중독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 당선된 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며 장기집권에 나섰다. 그러나 1986년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으로 사퇴하고 하와이로 망명했다가 1989년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마르코스 일가가 부정 축재한 규모는 무려 100억 달러(11조9천1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지금까지 필리핀 정부가 환수한 재산은 1천704억5천만 페소(약 3조8천800억원)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심한 낭비벽으로 '사치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멜다가 주로 소장하다가 몰수된 25캐럿짜리 분홍색 희귀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보석류만 최소 10억 페소(228억1천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이멜다는 1992년 귀국해 대선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봤다. 그러나, 1995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3연임에 성공해 지난달 30일 임기를 마쳤다.
그는 지난해 11월 2억 달러(약 2천256억원)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최장 징역 77년형이 선고됐으나, 불과 15만 페소(약 320만원)를 내고 곧바로 보석이 허가됐다.
이멜다의 딸 이미는 마르코스의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주에서 3선 주지사를 역임하고 지난 5·13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일로코스 노르테주 주지사직은 손자인 매슈 마르코스 마노톡이 거머쥐었다.
이멜다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는 일로코스 노르테주 주지사와 상·하원 의원을 거쳐 2016년 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쓴맛을 봤지만, 여전히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필리핀 '사치의 여왕' 이멜다 구순잔치…참석자 260여명 식중독 / 연합뉴스 (Yonhapnews)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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