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개원식 EU의 노래 연주 때 등돌린 英브렉시트당 의원들

입력 2019-07-04 10:47  

유럽의회 개원식 EU의 노래 연주 때 등돌린 英브렉시트당 의원들
베토벤 '환희의 송가' 때 등 돌린 채 기립…"부끄러운 일" 비난받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 브렉시트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새 임기의 유럽의회 개회식 때 '유럽연합(EU) 노래'가 연주되는 동안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돌발 행동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브렉시트당은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UKIP) 대표 등이 주축이 돼 지난 2월 창당한 신당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적극 지지하며, 영국의 자주권을 포기하는 어떤 국제기구 가입이나 조약 체결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브렉시트당 측은 그동안 브렉시트 지지를 천명해온 입장에서 오는 10월 말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유럽의회를 떠날 것인 만큼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언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브렉시트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29명 전원은 전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본부에서 열린 개원식 중 EU가(歌)가 울려 퍼지는 동안 등을 돌린 채 기립했다.
EU가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중 '환희의 송가'(Ode to Joy)다.
브렉시트당 의원들은 의회의 뒤쪽에 자리잡고 있었고, 바로 EU에 대한 공개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을 주도해온 패라지 대표는 개회식 동안 트윗을 통해 "유럽의회 브렉시트당 의원들은 당당하게 저항하는 의미에서 이곳에 왔다"며 "그들은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안다"라고 썼다.
브렉시트당 소속 의원인 오베르가르드 닐센은 "4개월 후면 의원직을 내놓길 바라고 있다"며 "(브렉시트 예정일인) 10월 말까지 우리는 짐을 싸 집으로 갈 것이며, 영국은 독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당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관료정치의 악몽(bureaucratic nightmare)'을 벗어나려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라고 알렸다.
반면 EU 잔류를 지지하는 영국 자유민주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들은 "브렉시트를 중단하라"(Stop Brexit)라고 쓰인 노란 티셔츠 차림으로 의회에 참석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영국에 배정된 73석 중 브렉시트당은 가장 많은 29석을 차지했고, 대척점에 선 자유민주당은 16석을 얻었다.



그러나 다른 유럽의회 의원들과 일부 영국 내 인사들은 브렉시트당 의원들의 행동을 단지 시선을 끌려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영국 노동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인 리처드 코벳은 "나이절 패라지와 그의 무리는 유럽의회 개회식 때 등을 돌리고 서 있는 것이 현명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꼬집고는 "한심하게 보이고 누구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했다"라고 트윗에 썼다.
유럽의회 내 유럽녹색당 그룹 의원인 스카 켈러는 브렉시트당 의원들이 "유럽의회 내에서 시민들을 대변하겠다며 그들이 처음 한 일은 EU의 기본과 가치, 그리고 의회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팅엄대학의 리서치 펠로우인 조안 코맥은 3일자 가디언에서 '환희의 송가'는 사랑과 인도주의, 유럽 통합의 강력한 상징이라며 브렉시트당이 이를 거부한 것은 유럽이 공유하는 역사를 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몇 차례 연기 끝에 오는 10월 31일까지 EU에서 탈퇴하기로 했고, 사임 의사를 밝힌 테리사 메이를 이어 곧 새로 선출될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를 이끌게 된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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