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250명 상대로 조사…검찰·경찰·국세청·금융감독원·공정위 순으로 침해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검찰과 경찰 등 국가기관들이 변호인과 피의자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유지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전국 회원 250명을 대상으로 올해 4월 10∼19일 이메일을 통해 조사한 비밀유지권 침해 피해사례 실태를 4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유지권을 침해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권력기관은 검찰로, 37.7%의 응답률을 보였다.
경찰(18.9%), 국세청(9.4%), 금융감독원(7.5%)이 그 뒤를 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포함된 '기타'를 고른 회원은 응답자의 26.4%를 차지했다.
비밀유지권을 침해당한 방식은 '의뢰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방식'(34.5%)과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방식'(32.8%)이라는 답변이 대다수였고 둘의 응답률은 비슷했다.
변협은 구체적으로 의뢰인 사무실 혹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압수 수색해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이메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을 증거로 수집하는 등의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특정 기업의 사내변호사와 로펌 간의 논의 내용, 거래 대상 로펌의 업무 내역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변호사가 근무 중인 로펌을 압수 수색하겠다고 압박해 담당 사건 증거를 임의제출할 것을 강요하거나 피고인과 접견한 변호사에게 접견 내용을 밝히지 않을 경우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언급한 사례 등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회원들은 비밀유지권 침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입법을 통한 비밀유지권 명문화를 들었다"며 "의뢰인과 변호사 간 대화나 상담 및 변론 과정에서 작성한 문서 등은 증거 수집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도록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회원들은 검찰 등 국가 기관의 인식 변화 또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며 "진술을 강요하거나 압박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증거를 제출하게 하는 등의 낡은 수사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협은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유지권은 재판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당연히 인정돼야 한다"며 "비밀유지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 진솔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헌법상 보장되는 재판청구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협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유지권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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