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3천년 전 두개골 화석에 남은 '살인의 흔적

입력 2019-07-04 15:22  

3만3천년 전 두개골 화석에 남은 '살인의 흔적
"왼손에 든 몽둥이로 두 차례 가격받은 상처" 결론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3만3천년 전 두개골 화석에 남아있는 골절 흔적이 누군가에게 몽둥이로 맞아 생긴 살인의 증거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루마니아 남부 트란실바니아의 동굴에서 1941년에 발견된 이 두개골 화석은 상부 구석기시대 성인의 것으로 확인됐지만 오른쪽 부위의 골절을 놓고 추락 등 사고에 의한 것인지, 사망 이후에 생긴 것인지 등을 놓고 논란이 있어왔다.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PLoS)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독일 에버하르트 칼스 튀빙겐대학의 고인류학 교수 카테리나 하바티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치오클로비나의 머리덮개뼈(Cioclovina calvaria)'로 알려진 두개골 화석의 골절을 연구한 결과를 오픈 액세스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단층촬영법(CT) 등을 이용해 두개골 화석의 골절 부위를 촬영해 자세히 분석하는 한편, 12개의 구형(球型) 인공뼈을 만들어 높이를 달리해 떨어뜨리고 몽둥이, 돌 등으로 가격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춰 모의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사망 당시 또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두개골 기부에 선형 골절이 먼저 생기고 이후 오른쪽 부위에 함몰골절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골절은 모의실험을 통해 몽둥이와 같은 물체로 연속적으로 맞았을 때 나타나는 것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함몰골절의 위치와 상태로 봤을 때 가해자가 서로 마주한 상태에서 왼쪽 손에 몽둥이를 들고 가격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가해자가 몽둥이를 두 손으로 들고 왼쪽에서 가격했을 가능성도 배제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두개골 골절이 추락 등 사고에 의한 부상이나 사후에 생긴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또 두개골 골절이 치명적인 것은 맞지만 화석으로 발견되지 않은 신체 다른 부위의 부상이 결정적 사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법의학적 증거로 볼 때 누군가 의도적 폭력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며, 상부 구석기시대의 초기 인류 사이에서도 개인 간 폭력적 행동과 살인이 벌어졌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부 구석기시대는 약 4만~4만5천년 전에 시작된 시기로 문화적 복잡성이 더해지고 기술이 발달하며 현생 인류가 유럽지역으로 확산하던 때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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