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 내에서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사학비리 얘기다. 모 대학은 교비로 골드바 30개를 사들인 뒤 장부나 결산에 반영하지 않은 채 총장이 전·현직 이사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하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다른 대학에서는 총장 자녀가 운영하는 호텔 숙박권 200장을 사들이고 이 중 132장은 1년 뒤 호텔영업이 중단됐다는 이유로 환불조치 없이 불용처리했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총장이 면접심사에 나서 자기 아들과 딸을 교수로 채용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30명이 정원인 학과에 지원자 61명을 모두 합격시킨 대학도 있었다.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사학혁신위원회의 권고로 교육부가 2017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립대 65개교를 대상으로 시행한 실태조사·종합감사·회계감사 결과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비리 백태를 좀 더 들여다보면 사학비리가 넓고 깊게 퍼져 있어 그 끝이 어디일까 하는 물음마저 던지게 한다. 실태조사·종합감사를 받은 35개 대학의 적발사항 441건을 유형별로 보면 회계 등 금전 비리가 52.8%(233건)로 절반이 넘었다. 인사 비리는 11.3%(50건), 무엇보다도 공정해야 할 학사·입시 비리도 10.4%(46건)를 차지했다. 회계감사를 받은 30개 대학의 적발사항 314건 중에서는 인건비·수당 부정 지급이 21%(66건)로 가장 많았다. 재산 관리 부적정은 14.6%(46건), 배임·횡령 및 공용물 사적 사용도 14%(44건)나 지적됐다. 교육부는 조사·감사 결과를 토대로 임원 84명에게 승인취소를 통보했고, 교수·교직원 등 2천96명은 징계처분을 했다. 또 136명은 고발 또는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교육부의 이번 조사·감사 결과는 왜 사립대의 종합감사를 강화하고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사립대의 예산은 대부분 학생·학부모가 낸 등록금이다. 또 연간 7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정부로 지원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립대 상당수가 감시의 눈초리에서 비켜서 있다. 최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학교 문을 연 후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사립대는 111곳으로 전체 사립대 가운데 약 40%에 달한다.
교육부는 그동안 드러난 사학비리를 유형별로 분석하고 장·단기 계획을 세워 회계·채용·입시·학사 부정 등 사립대의 각종 비리를 뿌리 뽑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사학혁신위의 권고대로 비리 임원은 즉각 퇴출하고 다시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 학교 설립자와 친족, 학교장 등은 개방 이사로 선임될 수 없도록 자격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제도 개선안은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 차원에서 사학법개정안에 내실 있게 담겨야 한다. 마침 사학혁신위의 권고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사학법개정안과 겹치는 내용이 많다. 당·정은 국회에서 조속히 사학법개정안이 통과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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