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의당 원내대표인 윤소하 의원실에 흉기와 협박편지, 죽은 새가 담긴 끔찍한 소포가 배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일 배달된 택배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 열어보니 이 같은 내용물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 모 씨로 돼 있는 발신인은 자신을 '태극기 자결단'이라고 밝히고 윤 원내대표를 '민주당 2중대 앞잡이'라고 비난했다. '너는 우리 사정권에 있다'는 협박성 메시지도 적었다. 윤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한민국의 저열한 정치 현실이 이런 것들을 낳고 있다고 본다고 개탄했다. 윤 원내대표가 지적했듯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작금의 정치 현실이 유발한 행위일 수도 있어 분노와 씁쓸함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야만적인 '정치테러'로 볼 수 있는 행위가 발생하자 충격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원내대표를 겨냥한 명백한 백색테러로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며 더는 테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수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국사회와 의회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협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행위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공당의 원내대표를 겨냥한 섬뜩한 협박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개인의 단순 일탈 행위든 어떤 조직이 뒤에 있든 의회 민주주의의 작동을 심각히 저해하는 만행이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샅샅이 밝혀 강력한 처벌로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정치인들을 위협하는 내용이 든 소포 배달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3년 10월과 12월에는 당시 새누리당 소속 하태경 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로 협박성 내용물이 든 괴소포와 협박편지, 흉기가 잇따라 배달된 바 있다. 다른 점은 당시에는 이념 문제에 대한 불만 표출로 해석됐지만 이번에는 공당의 정책 노선에 관한 불만이라는 것이다. 한편 당사자인 윤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을 정치권 자성의 계기로 삼자는 취지의 말을 해 주목된다. 윤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가 일반적인 정책공방, 정치 논쟁을 넘어 색깔론을 덧붙인 증오의 정치를 해온 결과라며 정치의 품격을 되살리고 정당한 정책공방이 이뤄지는 수준 있는 국회를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촉구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저열한 테러 행위에 의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극단적인 혐오 표현으로 정치인을 협박하는 행태가 근절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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