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호소 첫 실태조사…인력난·재정난에 주민 갈등까지 '삼중고'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전국 각지에 산재한 사설보호소 80여곳에 유기동물 1만5천여 마리가 새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차원으로는 처음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는 유기견 가운데 믹스견과 비글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설 동물보호소 실태조사 및 관리 방안 마련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사설 동물보호소는 서울 4곳, 인천·경기 37곳, 부산·경남 10곳, 대구·울산·경북 6곳, 대전·충청 16곳, 호남 5곳 등 전국 82곳으로 집계됐다.
운영 주체는 개인 51%, 단체 39%, 미등록 단체 10%로 파악됐다. 전체의 90%가 사설보호소였으며 그 외 쉼터(8%)·입양센터(1%)·가정집(1%)도 있었다.
이들 보호소가 데리고 있는 동물 수는 50마리 미만 20곳, 50∼100마리 19곳, 100∼200마리 21곳, 200∼300마리 6곳 등이었다. 500마리 이상 품고 있는 대형 보호소도 1곳 파악됐다.
보고서는 "국내 사설 동물보호소 82곳의 실제 보호 마릿수는 총 1만4천697마리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1∼9월 입양된 개체를 포함할 경우 마릿수는 1만7천939마리"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내 사설 동물보호소 가운데 20곳을 심층 분석하고, 1곳당 10마리씩을 무작위 추출해 품종의 분포를 살펴봤다.
그 결과, 믹스견이 56마리(28%)로 가장 많았고, 진도 믹스 36마리(18%)·코리안 쇼트 헤어 25마리(13%)·푸들 13마리(8%)·비글 14마리(7%)·시추 7마리(4%) 등이 뒤따랐다.
특히 국내 반려동물 품종 조사에서 7%에 불과한 믹스견이 보호소에서 이보다 4배 많은 28%에 이르는 것은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순혈 품종'에 집착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눈길을 끄는 품종은 비글이다. 국내 반려동물 가운데 비중이 0%에 가까울 정도로 키우는 사람이 드문 견종이지만 보호소에서의 비율은 무려 7%나 됐다.
특유의 활달함으로 '사고뭉치'라는 이미지가 있는 데다 아파트에서는 키우기 쉽지 않은 견종으로 분류되는 만큼 유기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다고도 볼 수 있다.
반대로 가장 흔한 종 가운데 하나인 몰티즈 믹스는 반려동물 품종 가운데 15%를 차지하고 있지만, 보호소 동물 가운데 비중이 3%에 그쳤다.
보고서는 "보호소 20곳 중 13곳은 주인이 보호소에 동물을 버리고 갔다고 답했는데, 이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유기 행위"라며 "동물을 버리면 과태료를 물린다는 사실을 보호소 근처에 홍보하고, 실제로 보호서 근처에 유기하는 사람을 잡을 수 있게 CCTV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사설 동물보호소의 상당수는 인력난과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민원 등으로 지역 주민과 갈등을 겪는 곳도 드물지 않았다.
사설 동물보호소 20곳에 대한 조사에서 소장을 제외하고 직원이 전무한 곳이 11곳이나 됐다. 1인당 관리 동물 수로 봤을 때, 한 사람이 200마리를 넘는 유기동물을 돌보는 곳도 3곳이었다.
20개 사설 동물보호소 평균으로는 직원 1명당 담당 동물 수가 96.3마리로, 100마리에 육박했다.
이웃과의 관계를 물어보는 말에는 '매우 나쁨' 혹은 '나쁨'이라고 대답한 곳이 총 20%로 5곳 가운데 1곳꼴이었다. '매우 나쁨'은 월평균 민원 20건 이상으로, 그만큼 동물 관련 민원이 지역에서 빗발치고 있다는 의미다.
사설 동물보호소 20곳 중 후원금 규모가 파악이 안 된 2곳을 뺀 나머지 18곳의 재정 실태의 경우, 동물 1마리당 월별 후원금이 '마이너스', 즉 적자를 기록한 곳이 절반이 넘는 11곳이나 됐다.
보고서는 "사설 동물보호소로 오는 개체 수를 줄이려면 동물 유기를 예방하고, 학대당하는 동물의 수를 줄여야 한다"며 "일반인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을 권장하고, 믹스견과 코리안 쇼트 헤어 품종의 입양률을 높이도록 홍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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