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닥친 美 캘리포니아 강진…한인들도 공포 휩싸여

입력 2019-07-05 06:33   수정 2019-07-05 08:54

20년만에 닥친 美 캘리포니아 강진…한인들도 공포 휩싸여
"소파 앉아있는데 울렁거려…대피해야 하나 생각에 식구들 불러"
남쪽 어바인서도 느껴져…작년 4월 서부해상 지진 이후 다시 불안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북동쪽 소도시 리지크레스트.
LA 도심에서 차로 약 2시간 30분 거리인 인구 2만8천여 명의 마을에서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리지크레스트에서 북동쪽 모하비 사막 쪽으로 20㎞ 정도 더 떨어진 셜즈밸리 인근이다.


같은 시각 LA 북부 패서디나.
LA에 주재원으로 파견된 한인 주민은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데 앉은 자리가 울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앞에 있던 TV 스탠드가 휘청해서 탁자에서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 주민은 "거실 액자가 흔들리고 물건이 떨어졌다"면서 "단지 내 수영장 물까지 찰랑찰랑 흔들려 아이들이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LA 북부에 사는 한인들은 대부분 꽤 큰 흔들림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이게 지진인가 싶었고, 일단 대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큰 소리로 불렀다"라고 말했다.
한인단체나 주재원 카톡방에는 지진 진동과 안부를 묻는 메시지가 쇄도했다고 한 한인단체 관계자는 전했다.
LA 남쪽 한인 밀집 거주지역인 풀러턴과 어바인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고 한인들은 전했다.
어바인에 사는 한인 주민은 "아파트 3층 거실에 있는데 갑자기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날 미국 독립기념일로 휴일이어서 한인 주민들은 집에 가족과 함께 있다가 일순간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규모 6.4 강진…일부 건물 균열·화재 / 연합뉴스 (Yonhapnews)
진앙에 가까운 리지크레스트 주민은 AP통신에 "거의 심장마비를 일으킬 뻔했다"면서 "건물 카페 안에 있는데 물건이 굴러다니고 선반에 있던 유리 접시가 떨어져 깨졌다. 모든 물건이 바닥으로 쏟아졌다"라고 지진 순간을 전했다.
현지 매체에는 리지크레스트 시내에서 가스관 파열로 화재가 일어난 현장 화면을 전했다.
페기 브레든 리지크레스트 시장은 "모두 5곳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부상자가 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브레든 시장은 시내 노인복지센터에서 7월 4일 독립기념일 행사를 하고 있는데 땅이 크게 흔들렸다면서 주민들에게 주변 노약자들을 잘 돌봐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지진은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지진으로는 지난 1999년 10월 규모 7.1 강진 이후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지질학자 루시 존스가 AP통신 등에 밝혔다.
재산 피해가 크게 난 지진으로는 1994년 노스리지에서 일어난 규모 6.6 강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강력하다는 보고도 나왔다.
지진으로 LA 시내에서 흔들림이 느껴진 것은 지난해 4월 LA 북서쪽 벤추라 인근 채널 아일랜드 해상에서 일어난 규모 5.3의 지진 이후 1년여 만이다.
작년 지진 때도 LA 시내 고층 빌딩에서 흔들림이 느껴졌다.
LA 인근에서는 지난달 초에도 남부 가데나, 동부 리버사이드, 인랜드 엠파이어 등지에서 규모 3.3~3.7의 작은 지진이 수십 차례 일어났다.


최근 미 대륙에서 일어난 가장 강력한 지진은 지난해 1월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강진으로 당시 미 서부해안에 일제히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다가 해제된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는 지진대와 화산 활동이 활발한 환태평양 조산대 '불의 고리'에 속해 있으며, 그중에서도 샌안드레아스 판의 움직임에 의해 대형 강진이 발생할 우려가 큰 지역이다.
지질 전문가들은 이날 강진 이후 며칠 사이에 규모 5.0 안팎의 강진이 잇달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진당국과 주민들에게 경고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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