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대학 학생대표, 대화조건 제시 "타운홀미팅 및 시위자 무혐의 처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계층인 대학생들에게 '사적 만남'(private meeting)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학교 행정 당국을 통해 홍콩과기대(HKUST)와 홍콩중문대 학생 대표들과 대화하자고 제의했다.
그렇지만 대학생 대표들은 정부의 대화 제의가 너무 늦었다면서 응하지 않기로 했다.
중문대 학생회장인 잭키 소는 "우리는 그것(대화)이 단지 홍보 쇼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우리 요구가 수용될 때에만 (대화에 응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홍콩의 8개 대학 학생 대표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캐리 람 행정장관이 공개된 타운홀 미팅을 약속하고 시위참가자들을 무혐의 처분해줄 경우에만 대화에 응하겠다며 두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고 SCMP가 전했다.
학생 대표 중 한 명은 SCMP 인터뷰에서 "다른 분야 대표들도 포함한, 공개된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람 장관의 발언이 전 세계에 중계될 수 있도록 미디어의 촬영이 허용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콩 변호사협회 역시 성명을 내고 정부에 사회 전체와 터놓고 소통할 것을 요구했다.
대학생들을 포함한 많은 홍콩 시민들은 처음엔 송환법 반대 이슈에 집중해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추진 '무기 보류' 방침을 밝힌 이후에는 송환법 완전 폐지, 람 행정장관 사퇴, 경찰 강경 진압 책임자 처벌, 체포된 시위대 석방 등으로 요구가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홍콩 정부가 입법회 점거 시위 직후 대학생들에게 대화를 제의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사상 초유의 입법회 점거 시위를 계기로 그간 수세에 몰린 홍콩 정부가 대규모 시위대 검거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가운데 '소수 과격파'와 다수의 정부 비판 성향 시민들을 분리함으로써 전체 저항 운동의 동력을 약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홍콩 정부는 소수의 강경 시위 그룹이 '순교자'가 될 각오로 시위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들이 향후 입법회 점거보다 더욱 대담한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SCMP가 별도 기사에서 전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앞에 선 시위대는 희생을 작정한 듯이 너무나 폭력적이었다"며 "그들은 경찰이 그들에게 고무탄이나 빈백(bean bag) 사격 같은 공격적 행동을 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빈백 건(bean bag gun)은 알갱이가 든 주머니 탄으로 공격 상대방에 타박상을 입힐 수 있는 무기다.
이 소식통은 "만일 시위대가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면 모든 비난이 경찰을 향하게 되고 국제적인 비난도 빗발칠 것"이라며 "결국 정부는 실각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 정부는 이런 강경파(diehards) 그룹이 10여개에 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추가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SCMP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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