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진흥원서 조선 여인 목소리 내방가사 가치 조명 학술대회
(안동=연합뉴스) 김효중 기자 =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 감정을 그들 글로 표현한 내방가사의 기록유산으로서 가치는…."
경북 안동문화권을 중심으로 유교 문화가 가장 잘 발달한 곳에서 조선 시대 여성이 노래한 문학 작품이 세계기록유산에 오를 가능성은 있을까?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한국국학진흥원 주관으로 오는 9일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국제세미나실에서 열린다.
5일 국학진흥원에 따르면 내방가사는 조선 중기 이후 주로 영남지방 여성이 창작하고 향유한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여성 집단문학이다.
초기에는 여성에게 유교 가치관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소재와 정제한 운율을 갖춘 형식으로, 개항한 뒤에는 민족 가치와 외세에 대한 저항의식과 같은 내용으로까지 발전했다.
강력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민족 언어인 한글로 자기 삶과 애환을 드러낸 독특한 문학 형식으로 내방가사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점에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산 여성 삶을 대변하는 보편 정서를 한글과 집단 창작 형태로 만든 중요한 기록물이다.
이에 세계에서 손꼽을 학자들이 내방가사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려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학술대회에서는 국내외 학자 6명이 내방가사 문학·사회적 가치, 세계기록유산 가치를 조명한다.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내방가사에 담긴 가치를 여성 주체적 자기 고백 역사에서 찾고 이것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것에 주목한다.
여성들이 억압받은 삶은 전 세계 역사지만 그것을 문학 형태로 발전토록 한 것은 세계에서 내방가사만 보여주는 독특한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마크 피터슨 브리검영대학(미국) 교수는 내방가사는 조선 유교 사회에서 여성 지위와 역할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다양한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정귀련 우쓰노미야대학(일본) 교수는 동아시아 여성 문학 관점에서 일본 여성 일기와 한국 내방가사를 비교한다.
한국에서 내방가사를 창작한 것은 봉건사회에 도전한 여성 욕망과 바람을 잘 드러낸 것으로, 억압받은 삶을 대변하는 중요한 기록물이라고 평가한다.
이정옥 위덕대 교수는 침묵을 강요받은 시대에 여성이 '글하기'로 한글을 읽고 썼다는 점에 주목한다.
글하기는 18세기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는 여성이 문화혁명을 끌어낸 것으로 내방가사는 이 지점에서 인류가 반드시 보호해야 할 기록유산으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손야 호이슬러 스톡홀롬대학(스웨덴) 교수는 내방가사가 조선 시대 여성들 일, 관습, 여흥 등 갖가지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기록물로, 여성 작가 감정과 생각을 잘 보여준다고 한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안동시 지원으로 2016년부터 경북지역 중 특히 안동문화권 여성들 목소리인 내방가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리기 위한 일을 했다.
이번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기록유산 등재 대상 기록물을 확정하고 도록·아카이브도 구축한다.
그 뒤 내방가사를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과 국제목록에 등재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계획이다.
kimh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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