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JSJ 시작으로 계열 브랜드 연쇄 진출 모색…상해에 첫 매장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이 중국 거대 소매유통그룹과 수출 계약을 맺으며 중국 진출을 본격화한다.
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지난달 말 중국 '유통공룡' 바이롄(百聯) 그룹과 영캐주얼 브랜드 'SJSJ'의 중국 진출 계약을 체결했다.
2003년 제일백화, 화롄(華聯), 유이(友誼), 우쯔(物資)그룹의 합병으로 설립된 바이롄 그룹은 본사를 상하이에 둔 중국 최대 유통그룹 중 하나다. 중국 전역에 백화점, 슈퍼마켓, 편의점, 약국을 포함한 7천개가 넘는 점포를 두고 있다.
이번 계약은 상품을 선적하면 동시에 한섬의 매출로 인식되는 것으로, 현지 매장 수와 수주금액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올해 연간 수주금액을 최소 10억 원대로 하고, 이를 오는 2023년까지 2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한섬의 목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섬은 'SJSJ'를 시작으로 '시스템' 등 다른 브랜드 진출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한섬은 브랜드 직 진출을 하기보다는 바이롄 그룹을 통해 매장을 열거나 편집숍·백화점 등에 브랜드를 입점하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이 경우 매장 개점과 마케팅 비용을 모두 바이롄 그룹이 부담하기 때문에 한섬으로서는 비용 리스크가 상당 수준 경감된다.
한섬의 중국 내 첫 매장은 바이롄 그룹의 기반이 있는 상하이에 개점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매장이 5개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섬은 중국 시장에서 한번 '쓴맛'을 본 적이 있다. 이번에 두 번째로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한섬은 지난 2017년 중국 항저우지항실업유한공사와 독점유통계약을 맺었지만, 통관 지연과 사드 보복 영향으로 계약조건이 이행되지 않아 1년여 만에 이를 해지한 바 있다. 이후 한섬은 다른 유통 채널을 통한 중국 재진출을 추진했다.
한섬의 중국 진출은 내수경기 침체와 글로벌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공세에 밀려 위축된 한국 패션산업이 다시 한번 해외시장에서 도약할 기회여서 패션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해외에 진출했던 패션 기업들이 여러 악재로 너도나도 철수하는 마당에 한섬이 K패션 대표주자로서 중국 시장의 물꼬를 다시 터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7년 정재봉 사장이 창업한 한섬은 타임, 마임, 시스템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고소득 남녀를 대상으로 한 패션 전문기업이다. 한섬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012년 4천200억원을 주고 인수한 후 '몸값'을 더 높였다.
계열 브랜드인 타임은 2016년 국내 여성복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매출 2천억 원을 넘어섰고, 시스템과 타미힐피거도 지난해 각각 1천500억 원, 2천20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전폭적 지원과 '노(NO) 세일' 등 고가 정책을 편 것이 한섬의 성장비결"이라면서 "국내 소비자에게 통했던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중국에서도 호응을 끌어낼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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