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 주식시장이 대체로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내증시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낮은 수준이라 주식을 사들이기에 나쁜 시기는 아니며 개별 종목 중에서는 배당주와 중소형주가 유망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가치투자는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 내재가치에 주목하는 장기 투자를 일컫는다.
◇ "한국 증시 하반기 박스권 흐름…저가 매수 기회"
이채원 한국투자밸류투자운용 대표이사는 6일 "하반기 증시는 박스권을 예상한다"며 "미중 무역협상이 완전히 해결되거나 경기가 급격히 살아날 가능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거나 금융위기 수준의 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이사도 "하반기 지수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코스피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관건인데 하반기에도 반도체 경기가 좋을 것 같지 않다"면서 "다만 하반기에는 내년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더는 하락하지 않고 폭은 크지 않지만 상승 쪽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도 이들 가치투자가들은 주식을 좋은 투자대상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허남권 대표는 "최근 해외 주식·채권·부동산 펀드 등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어서 국내 주식시장은 어느 때보다 밸류에이션이 낮다"며 "지금 주식에 투자하면 낮은 가격에 자산을 취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가 안 좋다고 해도 모든 기업의 수익성이 안 좋은 것은 아니어서 우량 기업 주식이나 우량 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기업 펀더멘털이 특별히 나빠지지 않았는데 주로 대외적 요인이 시장에 불안감을 주고 있다"며 "현재 한국 주식이 전체적으로 비싸지 않은 상태여서 이럴 때 주식을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채권보다는 주식…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나 배당주"
특히 주식 중에서는 배당주나 중소형주가 괜찮은 투자대상으로 꼽혔다.
이채원 대표는 "이미 금리가 워낙 많이 떨어져서 추가 금리 하락을 기대하고 채권에 투자하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채권보다는 주식이 나을 것 같고 주식 중에서는 경기에 민감하기보다 꾸준히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배당주나 가치주가 좋다"고 조언했다.
민수아 본부장은 "우리나라 기업은 현금흐름이 좋은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배당성향은 낮은 편"이라며 "배당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있어 기업 배당성향이 상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특히 하반기는 배당 시즌이라 배당주와 배당주 펀드가 유망하다"며 "배당성향이 상향 조정되면 회사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고 자본차익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남권 대표는 "대형주는 거시 펀더멘털(기초여건)에서 자유롭기가 어렵지만 중소형주는 그렇지 않다"며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회사들은 계속 수익성이 좋을 가능성이 커 지금은 수익성 좋은 회사를 위주로 중소형주에 투자할 적기"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업황이 두드러지게 좋은 업종은 눈에 띄지 않는 만큼 종목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채원 대표는 "IT가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특별히 좋아질 만한 업종은 보이지 않는다"며 "같은 업종 내에서도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이 있어 업종보다는 기업별 특성을 살려 투자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존 리 대표는 "최근 많이 하락한 바이오주를 보면 특별히 하락할 이유가 없는데도 무작위로 주가가 떨어진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 업종 내에서 과도하게 주가가 하락한 좋은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남권 대표는 "하반기 업종 전망이 전반적으로 안 좋아서 정부가 지원할 내수 경기부양 관련주가 괜찮을 것 같다"라며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고 기업 밸류에이션보다 상당히 저평가된 지주회사도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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