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전부터 냉면집 '만석'…청계천 그늘서 더위 피하기도
경찰·집배원 구슬땀 흘리며 야외근무…"오늘만 생수 2ℓ 마셔"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찜통 속에 있는 '인간 딤섬'이 된 것 같아요."
5일 서울의 낮 기온이 최고 35도로 예보되며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시민들은 급습한 불볕더위에 휴대용 선풍기, 냉면, 팥빙수 등으로 더위를 식히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서울 외에도 경기 가평·고양·구리·남양주 등, 강원 횡성·화천·춘천 등에도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그늘을 찾아다녔다. 휴대용 선풍기를 얼굴에 들이대고 바람을 쐬거나 뜨거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얼굴과 목을 손으로 가린 채 종종걸음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팥빙수를 먹으러 가는 중이라는 대학생 김모(21)씨는 "점심을 먹고 밖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가장 가까이 있는 팥빙수 가게에 간다"며 "너무 더워서 찜통 속 만두가 된 기분"이라며 웃었다.
종로구 청계천에는 양산과 선글라스, 부채, 차가운 음료로 무장한 시민들이 다리 아래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휴식을 취했다.
물에 발을 담근 채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던 노모(60)씨는 "점심을 먹고 나니 더워 잠시 쉬러 왔다"며 "확실히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니 더위가 가시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운동 삼아 경보를 하고 있던 이모(57)씨는 "오늘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하필 날씨가 너무 덥다"고 불평하며 "물가도 덥기는 마찬가지라 최대한 그늘만 찾아 걷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습 더위에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도 달라졌다.
서울 중구의 한 냉면 가게는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만석이 됐고, 가게 밖엔 20여명이 대기 줄을 서며 장사진을 이뤘다.
가게 밖 의자에 앉은 채 연신 땀을 흘리던 직장인 조모(52)씨는 "여의도에서 멀리까지 왔다"며 "폭염에 냉면이나 먹자는 친구 말에 흔쾌히 찾아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28)씨는 "원래 점심은 무조건 밥만 먹으려고 고집하지만, 오늘은 너무 더워 도저히 안 되겠더라"면서 "얼른 먹고 사무실에 돌아가 에어컨 바람 쐬며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예 사무실로 점심을 배달해 먹는 직장인들도 많았다. 서대문구 충정로 인근 도로에는 배달기사들이 줄지어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회사원 정모(29)씨는 "맵고 짠 쫄면, 김밥, 떡볶이 등을 배달시켜 동료들과 나눠 먹었다"면서 "부서에 있는 직원 6명 중 나가서 밥 먹자고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고 했다.
업무상 야외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이마와 목덜미에 맺힌 땀을 계속 훔쳤다.
서대문구 충정로 소재 한 빌라에 우편물을 배달하던 집배원 김모(45)씨는 "오늘 할당된 택배가 40여개, 등기가 300여통, 편지가 1천여통 정도 된다"면서 "폭염 경보가 내려도 우리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500㎖짜리 생수를 4통 마신 것 같다"면서 "아직 두 시간은 더 밖에서 일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또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교통경찰 임모(45)씨는 "아스팔트 열기와 매연 탓에 힘들지만, 작년 여름에는 더 힘들었다"며 "올해 더위가 작년과 비슷할 것 같아 직원 모두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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