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 잃는 '베토벤 생쥐', 첨단 유전자 가위로 치료 성공"

입력 2019-07-05 16:19  

"청력 잃는 '베토벤 생쥐', 첨단 유전자 가위로 치료 성공"
하버드대 연구진, '30억분의 1 확률' 고장 난 DNA 염기 제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청각(聽覺) 유전자 Tmc1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듣기 기능이 서서히 약해지다가 나중엔 완전히 청력을 상실한다. 그래서 학계에선 Tmc1 변이를 가진 생쥐를 비유적으로 '베토벤 생쥐'라고 부른다. 청력 상실 과정이 베토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4종의 염기, 즉 A(아데닌)·T(티민)·G(구아닌)·C(시토신)가 배열된 순서를 말하며, 유전정보는 이 염기서열에 따라 달라진다.
베토벤 생쥐는 Tmc1 유전자의 염기서열에서 단 한 군데에 오류가 생긴 돌연변이다. 원래 T가 있어야 할 자리에 A가 잘못 들어간 것이다.
'유전자 가위'로 통하는 CRISPR-Cas9 기술로 베토벤 생쥐의 유전성 청력 상실을 막는 치료법을 미국 하버드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특히 생쥐의 유전체에 존재하는 30억 개의 유전자 염기 중에서 오류가 생긴 한 개를 정확히 찾아냈다는 점에서 첨단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의 쾌거로 평가된다.
하버드대 의대(HMS)의 데이비드 코리 신경생물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4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코리 교수는 중개의료과학(Translational Medical Science) 석좌교수로서, HMS 산하 블라바트니크 연구소에 자신의 랩(실험실)을 갖고 있다.
HMS가 온라인(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7/hms-sb070219.php])에 올린 연구 개요에 따르면 CRISPR-Cas9 기술이 작동하려면, DNA 염기서열의 돌연변이 부위를 찾아내는 일명 '가이드 RNA(gRNA)'가 꼭 있어야 한다. 이 RNA의 안내를 받지 못하면, 가위 역할을 하는 Cas9 효소가 고장 난 염기를 잘라낼 수 없다.
Tmc1과 같은 유전자를 편집하는 덴 또 다른 난제가 있다.
우주의 별처럼 무수히 많은 유전자 염기 중에서 엉뚱한 자리에 들어간 단 한 개를 식별해내는 고도의 탐색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CRISPR-Cas9 치료에서 종종 엉뚱한 염기가 잘려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코리 교수팀은, 같은 대학의 케이스 정(Keith Joung) 병리학 교수 등이 공동개발한 '버전업(version up)' Cas9을 선택했다.
기존의 표준 Cas9이, S.피오제네스(Streptococcus pyogenes) 균에서 추출한 것이라면, 탐색 능력이 대폭 향상된 개량 버전은 S.아우레우스(Staphylococcus aureus)' 균에서 뽑은 것이다. 둘 다 화농성 감염증을 일으키지만, S.피오제네스는 연쇄상구균 속(屬)이고, S.아우레우스는 포도상구균 속이다.
예상대로 gRNA와 개량된 Cas9을 결합한 치료법은 돌연변이 부위를 찾아내는 정확도가 대폭 향상됐다.
Tmc1 돌연변이를 가진 생쥐와 그렇지 않은 생쥐의 속귀(內耳)에 이 치료제를 주입했더니, 결함이 있는 생쥐만 변이 부위가 잘려나가고, 정상 생쥐에선 유전자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 이 치료제가 정상 생쥐의 유전자를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정밀도와 안전성이 높다는 뜻이다.
치료를 받지 않은 베토벤 생쥐는 서서히 청력이 나빠지다가 생후 6개월쯤엔 완전히 듣지를 못했다.
반면 치료를 받은 베토벤 생쥐는 2개월 후부터 현격히 청력이 개선돼, 일상적 대화의 음량인 45㏈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는 치료를 받지 않은 베토벤 생쥐보다 청력(가청 음량 기준)이 16배 뛰어난 것이다. 치료 효과가 가장 높은 베토벤 생쥐의 가청 음량은 25~30㏈로 정상 생쥐와 차이가 없었다.
마지막 단계로 연구팀은, Tmc1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인간 세포주에 치료제를 시험했다. 그랬더니 생쥐 실험 결과와 똑같이, 변이가 생긴 염기만 편집돼 없어지고 나머지 정상 부위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공동 수석과학자로 참여한 HMS의 제프리 홀트 이비인후과학 교수는 "염기 하나에 돌연변이가 생긴 유전자를 정확히 가려내 잘라낼 수 있고, 잠정적으로 다른 많은 인간 질병에도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걸 하나의 원리 증명으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