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 프로젝트 진행…"초대질량 블랙홀 생성 이론 뒷받침"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올해 세계 과학계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국제 연구진의 블랙홀 관측이다.
지구로부터 5천500만 광년 떨어진 경이로운 거대은하 'M87' 중심부 블랙홀은 빛을 포함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시뮬레이션 속 모습과 거의 일치했다.
천문학자들은 여기에 더해 한 단계 진일보한 과제를 향해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7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등에 따르면 국내외 연구진은 '초대질량 블랙홀' 성장 과정에서의 블랙홀 병합을 포착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계에선 모든 은하 중심에 적어도 하나 이상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초대질량 블랙홀은 태양 질량 100만배 이상 규모의 블랙홀을 통칭한다.
이런 블랙홀은 태양 질량 1천배 미만의 '별 질량 블랙홀'에서 자라났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그 중간 질량 정도의 블랙홀이 보여야 하는데 '거의 그렇다'고 볼 만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근 서울대 연구팀이 태양 질량의 1만배가량인 중간 질량 블랙홀을 확인했다고 발표해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초대질량 블랙홀은 바꿔 말하면 처음부터 주변 물질을 쉼 없이 빨아들여 그 정도의 질량을 갖게 된 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블랙홀도 은하처럼 성장한다'는 우주진화론은 여기에서 등장한다.
은하와 마찬가지로 블랙홀이 시간 흐름에 따라 합쳐져 더 큰 은하와 블랙홀을 만든다는 가설이다.
2016년 라이고 과학협력단(LSC)·비르고(Virgo) 협력단은 지구에서 14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거대한 블랙홀이 합쳐지며 발생한 중력파를 탐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서로 다가서던 두 개의 블랙홀이 합쳐질 때 큰 중력파가 발생했을 텐데, 레이저 간섭 중력파 관측소가 그 파동을 감지했다는 설명이다. 중력파는 마치 물결처럼 우주 공간으로 퍼져가며 일시적으로 시·공간을 일그러뜨리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연구진은 블랙홀 병합을 실제 관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EHT 블랙홀 연구에도 참여했던 손봉원 천문연 박사는 "블랙홀이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중요한 연구"라며 "중력파를 측정하는 방법과 병합 과정에 놓인 두 블랙홀 중 하나의 공전 운동을 확인하는 방법 등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블랙홀 병합을 볼 수 있는 대상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된다.
손 박사는 "계획에서부터 관측의 핵심적인 부분까지 국내 연구진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과제"라며 "하루 이틀로는 다른 동료를 이해시킬 수 없는 만큼 긴 호흡으로 다가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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