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거리 한산, 실내·피서지 북적…야외 노동자 비지땀
영월 36.9도, 서울 35도 등 중부내륙 곳곳 올해 가장 더워
(전국종합=연합뉴스) 서울과 경기·강원 일부 등 중부지방에 올해 들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5일 전국에 푹푹 찌는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백화점, 영화관, 카페 등 실내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이 몰렸고, 바다와 물놀이 시설, 동굴 등 피서지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낮 최고기온은 영월 36.9도, 홍천 36.5도, 이천 36.0도, 동두천 35.6도, 청주 35.5도, 원주 35.3도, 대전 35.1도, 서울 35.0도, 수원 35.0도, 충주 34.7도 등으로 이들 지역의 낮 기온은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중부내륙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35도 넘게 올랐고, 이밖에 전국 대부분 지역 수은주가 30도 안팎을 가리켰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는 양산과 선글라스, 부채, 차가운 음료로 무장한 시민들이 다리 아래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휴식을 취했다.
물에 발을 담근 채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던 노모(60)씨는 "점심을 먹고 나니 더워 잠시 쉬러 왔다"며 "확실히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니 더위가 가시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기습 더위에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도 달라졌다.
서울 중구의 한 냉면 가게는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만석이 됐고, 가게 밖엔 20여 명이 대기 줄을 서며 장사진을 이뤘다.
가게 밖 의자에 앉은 채 연신 땀을 흘리던 직장인 조모(52)씨는 "여의도에서 멀리까지 왔다"며 "폭염에 냉면이나 먹자는 친구 말에 흔쾌히 찾아왔다"고 말했다.
폭염에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줄었으나 냉방시설을 갖춘 백화점, 영화관, 카페 등 실내 공간도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를 피하기 위한 고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경기도 용인시 캐리비안 베이에는 입장 시간인 오전 9시 30분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입장객들은 워터 슬라이드에 몸을 맡긴 채 물속에 빠져들거나 원형 튜브에 앉아 급하강과 상승을 하는 야외 어트랙션을 타면서 찌는 듯한 더위를 날려버렸다.
도심 피서지로 유명한 광명시 광명동굴에는 이날 오전에만 800여 명의 방문객이 몰려 더위를 식혔다.
이날 개장한 강릉·속초지역 23개 해수욕장도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피서객들은 시원한 바다에 발을 담그고 물장난을 치거나 파도 속으로 몸을 던졌다.
지난달 조기 개장한 태안 만리포해수욕장과 보령 대천해수욕장에도 더위를 식히려는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반면 전주한옥마을 등 유명 관광지는 갑작스러운 불볕더위에 인파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한 상인은 "한옥마을 같은 야외 관광지는 여름이 되레 비수기"라며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사람들이 아예 밖에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무상 야외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이마와 목덜미에 맺힌 땀을 계속 훔쳤다.
서대문구 충정로 소재 한 빌라에 우편물을 배달하던 집배원 김모(45)씨는 "오늘 할당된 택배가 40여개, 등기가 300여통, 편지가 1천여통 정도 된다"면서 "폭염경보가 내려도 우리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사장 인부들은 햇볕이 뜨거운 낮에는 잠시 일손을 놓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도 투쟁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말부터 고공농성이 지속하고 있는 성남시 서울요금소에는 이날도 40여 명의 노조원이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더위와 씨름했다.
지상에서 연대 농성을 하는 600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무더운 날씨 탓에 그늘이나 천막 아래서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쫓았다.
춘천에서는 뙤약볕 아래서 파업집회를 이어가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강원도교육청이 실내 강당을 개방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온열 환자는 199명이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에 지자체들은 본격적인 무더위쉼터 운영에 나서거나 하루 수차례 도로에 물을 뿌리고, 쿨링포그를 설치해 시원한 안개 방울을 뿌리는 등 대책 마련에 애를 쓰고 있다.
(김철선 김준범 정경재 강영훈 권준우 이종건 이해용 박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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