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논란'에 상영금지 가처분…'엔딩크레딧에 게재' 출판사 요청 거절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영화 '나랏말싸미'의 저작권 논란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우라옥 부장판사)는 5일 영화 '나랏말싸미'의 상영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나랏말싸미'는 한글을 만든 세종과 창제 과정에 함께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으로, 오는 24일 개봉할 예정이다.
도서출판 나녹은 "영화 제작사와 감독이 출판사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우리가 저작권을 보유한 책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의 내용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며 제작사인 ㈜영화사 두둥, 조철현 감독, 배급사인 메가박스중앙㈜ 등을 상대로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제작사인 영화사 두둥 측은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서 불교계 신미가 관여했다는 이야기는 '신미평전' 출간 훨씬 이전부터 제기돼 온 역사적 해석"이라며 '신미평전'이 영화 '나랏말싸미' 원저작물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이날 재판에서 양측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나녹출판사'라는 명칭이 들어갈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신미평전' 저자인 박해진 작가는 제작사와 자문 계약을 맺은 만큼 '자문 박해진'으로 이름이 엔딩 크레딧에 올라간다.
나녹 측은 "엔딩 크레딧에 '나녹출판사'를 올리는 정도면 원만히 합의하고 소를 취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피고 측은 "지금 엔딩 크레딧이 마감돼 바꿀 수 없다"고 거절했다.
재판부는 조정을 권유했지만, 재판에 참석한 오승현 두둥 대표와 조철현 감독은 "법원의 정확한 판단을 받지 않으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비판, 노이즈마케팅을 의도했다는 비판을 계속 받을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합의할 경우 뒤에서 뭔가 오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돼 우리 영화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피고 측은 특히 박 작가의 책을 참고한 것은 맞지만, 원안은 오히려 따로 있고 시나리오 자체는 조 감독의 창작물이라고 강조했다.
조 감독은 "신미 스님을 영화 속 중요한 인물로 해서 세종대왕과 함께 문자를 만드는 과정을 영화화한 것은 세계 최초"라며 "논란이 나오지 않게 박해진 작가의 책뿐만 아니라 국내에 나온 거의 모든 책을 다 봤다"고 말했다.
피고 측 변호인은 "원안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지 제삼자 저작물을 원안으로 하지 않았다"며 "박 작가가 책을 통해 신미 스님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한 것은 인정하나 그 주장은 책 발간 훨씬 전부터 있었고 최초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피고 측은 배우 고(故) 전미선 씨의 발인 날 소송 내용을 받았다며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나녹 측은 "내용 증명을 보내고 부존재 확인 소송을 낸 것을 확인하고 다시 가처분신청을 내고 송달되는 과정에서 우연히 겹친 것"이라며 소송 제기 시점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심문을 종결하고 합의를 거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한편 제작사는 지난달 20일께 박 작가를 상대로 '제작사가 박해진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구하기 위해 '저작권침해정지청구권 등 부존재 확인의 소'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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