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약처방인 줄 알았는데…" 공원 불 다 꺼도 밤새 음주 이어져

입력 2019-07-06 12:48  

"극약처방인 줄 알았는데…" 공원 불 다 꺼도 밤새 음주 이어져
시행 후 첫 주말 무질서 근절 효과 생각보다 적어
주말 상황 모니터링 한 뒤 대책 보완할 듯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여름철 밤샘 음주 행위와 쓰레기 무단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는 부산 민락수변공원에 기초단체가 올해부터 자정에 가로등을 모두 꺼버리는 강경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불금'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던 6일 0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가로등이 일제히 꺼졌다.
1시간 전부터 구청 직원이 소등 안내 전단을 나눠주고, 10분마다 귀가를 독려하는 방송이 여러 차례 이뤄진 뒤였다.
가로등 소등은 지난 1일부터 시작돼 이날 첫 주말을 맞았다.


하지만 가로등 불이 꺼졌어도 민락수변공원 100m를 가득 메운 음주 인파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10명 중 2∼3명 정도만 주섬주섬 돗자리와 술병을 챙겨 자리를 뜨는 정도였다.
공원 왼쪽에서는 부산 최고 야경이라는 마린시티 불빛이, 정면에서는 광안대교 경관조명이, 뒤쪽에는 상가 네온사인이 비치며 공원이 아주 어두워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시민들은 휴대폰 플래시와 소주병을 이용해 간이 조명을 만들더니 밤새 술자리를 이어갔다.
불이 꺼진 뒤에서도 관광객들이 가져온 휴대용 스피커에서는 노래가 곳곳에서 흘러나왔고, 주점에서 볼법한 미러볼이 등장한 술자리도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유명한 부산 핫플레이스답게 20∼30대가 대부분 이었다.
바닷가 앞 공원에 펼쳐지는 진풍경에 1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관광객 예모(21)씨는 "노랫소리와 파도 소리, 주변 소음 때문에 안내방송은 듣지 못했고 어둡지도 않아 노는 데 지장이 없다"면서 "광주에서 친구 2명이랑 멀리서 왔는데 추억을 더 쌓다가 가고 싶어 지금 숙박업소로 돌아갈 생각도 없다"고 전했다.
민락수변공원에서는 매년 여름 밤새 음주가 이어진다. 오전 3∼4시가 되면 만취한 사람들이 자리를 정리하지 않고 빠져나가며 민락수변공원이 대형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수영구 한 관계자는 "지난해 7, 8월 두 달간 이곳에서 수거된 쓰레기양만 무려 189t에 달했다"면서 "해외 토픽에나 날 것 같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매년 벌어져 관광객과 주변 상인 반발을 감수하고 특단의 대책으로 공원 불을 끄기를 했는데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강성태 수영구청장과 주요 부서 5곳 장이 밤새 현장을 모니터링 하고 무단투기 쓰레기를 치우며 보완점을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당초 예상됐던 관광객이나 상점 반발도 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관광객들 대부분 '불을 끄나 안 끄나 차이가 없었다'라거나 '아쉬워서 불이 꺼져도 더 놀겠다'는 반응이었다.
주변 횟집들은 자정 전인 10시에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고, 손님에게 회를 썰어 파는 활어매장 2곳은 한창 영업 중이었지만 매출에 영향이 크지 않아지자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였다.


구는 가로등 소등을 올해 8월까지 두 달간 운영한다.
쓰레기 분리수거 인력도 새벽 시간 5명으로 더 늘린다.
무단투기 금지 전단을 배부하고, 노점상과 불법 주정차도 강력히 단속한다는 입장이다.
무질서 행위를 계도하는 2개 팀(6명)도 운영하고, 무신고 업소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2개 팀(6명)도 운영한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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