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원' 앞에 놓인 과제는 보존과 적절한 활용

입력 2019-07-06 20:47  

'한국의 서원' 앞에 놓인 과제는 보존과 적절한 활용
"건축물뿐 아니라 경관도 지켜야…기록유산 정리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불멸의 지위가 아니다. 잘 보존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심지어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되기도 한다.
그래서 세계유산은 등재와 동시에 보존이라는 과제를 떠안는다. 다시 말해 등재는 목적이 아니라, 보존관리를 위한 출발이다.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가 6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숙제도 관리와 보존이다.
한국의 서원은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9곳으로 구성된다. 서원과 관련된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만 14개에 달한다. 통합된 보존관리 방안 마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상해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법적인 보호를 받는 관리단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각 지자체가 예산을 모아 출자법인을 만들기로 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서원은 자연 속에 들어선 독특한 입지로 인해 건축물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도 잘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등재 이후 "서원을 둘러싼 자연환경이 명승으로, 고유한 자연관을 보여준다는 점이 평가받았다"며 세계유산 완충지대 보존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서원은 지난해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과 달리 거주 공간은 아니다. 또 선현에 대한 제향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만, 강학이라는 고유한 기능은 명맥이 끊긴 곳이 적지 않다.
문화재청은 한국의 서원뿐만 아니라 각지에 있는 향교·서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지원하지만, 일회성 행사가 많은 편이다.



진성수 전북대 철학과 교수는 2016년 발표한 서원 활용 방안에 관한 논문에서 "서원은 본래 지방 역사와 문화를 담보하는 문화발전소 역할을 했다"며 "방문객 눈높이에 맞는 해설과 교육 행사를 제공하는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예절교육이나 한국 전통문화 이해라는 주제에서 탈피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파격적인 기획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예산을 한 번에 투입하는 대규모 축제는 지양하고, 지속적인 체험 행사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영남대 역사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서원을 천편일률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서원별 특징을 살려야 한다"며 "서원이 보유한 각종 기록유산이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는데, 이를 체계화하면 좋은 활용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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