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말실수에 아들 특혜채용 의혹 수사까지
친박계 '제한적 용인술' 지적…'2000년 총선' 이회창식 공천개혁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가 내우외환에 휩싸이면서 당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임금 차별 발언에 이어 아들 스펙 발언 및 KT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한 검찰수사사, 그리고 당내 여성 행사에서 빚어진 '엉덩이춤' 사태까지 겹치면서 당 지지율은 물론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입당 43일 만인 지난 2월 27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4·3 보궐선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장외투쟁 등을 거치며 빠르게 당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황 대표 리더십에 본격적으로 '물음표'가 찍히기 시작했다는 말도 나온다.
당 안팎에선 이 같은 위기의 배경에 황 대표의 제한적 용인술이 자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현재 당내 주요 당직에는 박맹우 사무총장, 이헌승 대표 비서실장,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민경욱 대변인 등 친박(친박근혜)계가 포진해 있다.
특히 최근 새로 임명된 사무총장직의 경우 당 일각에서는 한때 비박(비박근혜)계인 이진복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있었던 탈당과 복당 경력이 발목을 잡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 비박계 의원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황 대표가 전당대회 때는 보수통합을 말했지만 그 후 한 일이 없다. 결국 얘기만 꺼낸 채 인사로 (보수통합에 소극적인) 속마음을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용인술로 인해 다양한 인재풀로부터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채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 주변에서 정무적 판단과 적절한 비전 제시를 비롯한 쓴소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 재선의원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의식해 당 대표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의원들이 호가호위하는 모습을 벌써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 승리마저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당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론' 프레임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황교안 대표 체제를 2000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 이회창 전 총재 시절과 비교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경기고를 졸업한 법조인 출신으로 오랜 관료 생활 후 여의도 정치에 뛰어들었고, 총선 직전 측근 그룹에 있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전 총재의 경우에도 하순봉·양정규·김기배·서상목 전 의원 등 민주정의당 계열 중심의 견고한 측근 그룹에 둘러싸였었다.
다만 이 전 총재는 측근 그룹을 넘어서 2000년 총선에서 공천개혁을 단행, 총선 승리와 함께 당 장악과 대선행 티켓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런 점에서 황 대표가 '2000년 총선'을 복기하면서 향후 공천 과정에서 리더십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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